▲ 서희원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25845 임금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들의 근무형태

원고들은 오전 9시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 후 24시간을 쉬는 격일제 교대근무 방식으로 근무하는 아파트 경비원이다.

단체협약과 근로계약에는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 1시간씩을 포함, 하루 6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휴게시간의 총량(總量)만 정해져 있었고, 구체적인 휴게시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정해진 바는 없었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17년 2월께 단체교섭 과정에서 피고에게 ‘휴게시간의 시기(始期)와 종기(終期)의 특정 및 입주민들에 대한 경비원 휴게시간 홍보’를 요구했다. 이에 피고(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7년 9월26일에야 아파트 각 동 엘리베이터 내부 등에 원고들의 휴게시간이 ‘점심시간 10:30~11:30, 저녁시간 16:30~17:30, 야간 휴게시간 24:00~04:00’임을 알리는 안내문을 부착해 입주민들에게 원고들의 휴게시간을 공지했다. 피고는 2017년 10월26일 이 사건 노동조합과의 사이에 경비원의 휴게시간의 시기와 종기를 위와 같이 특정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나. 구체적인 업무 내용 및 휴게시간 실태

경비반장과 조장을 제외한 경비원들은 이 사건 아파트 각 초소에 한 명씩 배치돼 근무했다. 초소에 배치되지 못한 소수의 인원은 순찰조로 분류돼 외곽초소에서 근무하거나 휴가 중인 초소근무 경비원의 대체인력으로 근무했다. 동별 경비초소에 배치된 한 명의 경비원은 평균 약 71세대의 민원 대응을 담당했다.

원고들은 동별 경비초소에 배치돼 단지 안팎 순찰, 입주민 민원 접수, 택배 보관 및 인계, 동 주변 청소, 재활용품 분리수거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원고들의 휴게시간이 공지된 2017년 9월26일 전까지 입주민들은 물론이고 원고들 역시 자신들에게 주어진 휴게시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에 입주민들은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시간을 불문하고 경비초소를 직접 방문하거나 경비원의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해 업무수행을 요구했다. 원고들은 이러한 돌발성 민원 요구에 응해야 했다.

특히 이 사건 아파트는 세대수에 비해 주차공간이 매우 협소해 단지 내 통로에 일렬로 이중주차를 해야 하고, 이중주차만으로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단지 밖 불법주차까지 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원고들은 입주민들로부터 받은 차량 열쇠를 초소에 보관하면서 밤늦게 귀가하는 입주민들을 대신해 차량 주차를 대행하거나, 새벽에 출차하고자 하는 입주민을 위해 일렬로 이중 주차된 차량을 순차적으로 이동시키는 업무를 추가로 수행했다.

원고들은 오전 10시30분께 점심도시락을, 오후 4시30분께 저녁도시락을 배달받아 경비초소 내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야간 휴게시간 동안에도 경비초소 내 의자에 앉은 채로 잠깐씩 수면을 취했다. 이 사건 경비초소는 약 3.2제곱미터에 불과했다.

2. 대상판결 요지

원심(서울고등법원 2021. 3. 26. 선고 2019나2044676 판결)은 이 사건 계쟁 기간 중 피고가 입주민들에게 원고들의 휴게시간을 정확히 알린 2017년 9월26일까지, 원고들이 휴게시간 동안 실질적인 휴식 및 자유로운 시간 이용이 보장되지 않은 채 피고의 지휘·감독을 받았으므로, 원고들에게 부여된 하루 6시간의 휴게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피고가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라 매월 1회 2시간씩 실시한 산업안전교육시간 역시 근로시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원심은 이를 전제로 피고가 원고들의 미지급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퇴직금 차액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상판결(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25845 판결)은 원심판결에 피고가 주장하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했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지연이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근로기준법상 지연손해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한 뒤, 이 부분에 대해 파기자판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구분에 관한 기본 법리 재확인

종래 대법원은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봐야 하며(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6다41990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인 업무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인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4다74254 판결 등 참조)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대상판결은 원고들이 근로계약서상 휴게시간으로 배정된 6시간 동안 실제 작업에 임하거나 언제 어디서 업무수행의 요구가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에서 주된 근로제공의 장소(경비초소)에 머무르며 근로 요구를 기다렸으므로 원고들의 휴게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본 원심판결에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봐,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의 구별에 관한 위 판례 법리를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나. 아파트 경비원 업무 및 고용구조의 특수성 고려

이 사건 원심은 근로계약상 정해진 휴게시간 중에 원고들이 피고의 업무상 지휘·감독에서 벗어나 그 시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 아파트 경비원 업무 및 고용구조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했다. 즉 ① 피고 및 입주민들이 원고들의 휴게시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던 점 ② 이에 따라 사용자측(피고 및 입주민들)이 원고들이 경비초소 내에 자리하고 있는 24시간 전부를 근무시간인 것처럼 간주해, 시각을 불문하고 언제든 업무처리를 요구할 가능성이 존재했던 점 ③ 원고들이 이를 거절할 뚜렷한 근거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휴게시간에 원고들을 대체할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고, 독립된 휴게공간 역시 부여되지 않아 원고들이 휴게시간에도 주된 업무공간인 경비초소에 머무르며 입주민들의 돌발성 민원을 처리했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점 ⑤ 특히 원고들이 야간에 감시적 근로에 그친 것이 아니라 주차대행 및 차량이동 업무를 착수해야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 경비초소에서 상시 대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토대로, ‘근로시간의 범위에 포섭되는 대기시간의 존재’를 인정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에 위법이 없다고 봤다.

통상 아파트 경비원이 수행하는 업무 범위는 내방인 감시와 같은 방범업무뿐만 아니라 입주민 민원 처리, 응급상황 대처와 같은 업무를 모두 포괄한다. 경비원들은 돌발적이고 변칙적으로 발생하는 업무 수요에 즉각 대처하기 위해 근로계약상 정해진 휴식시간에도 초소에 대기하는 경우가 많고, 야간 휴게시간에는 초소 내에서 조명을 켜둔 채 가면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구조 역시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로계약상 사용자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용역업체이나, 입주민들 역시 경비원들과의 사이에서 고용관계를 인식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사용자적 지위에서 구체적인 업무수행을 요구한다. 경비원들은 일상적인 노무제공시 입주민들의 요구나 지시에 응할 수밖에 없는 지위에 놓여 있게 된다. 따라서 아파트 경비원에게 실질적 의미의 휴게시간이 부여됐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주민들이 정확한 휴게시간을 인지하고 있어, 경비원들이 돌발적인 민원제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 없이 휴게시간 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서 온전히 해방돼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과거 대법원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입주민들에게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점을 근거 중 하나로 들어 아파트 경비원들이 야간휴게시간에 근무초소에서 대기한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었다(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6다243078 판결). 원심판결 역시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원들과의 관계에서 구체적인 업무수행을 요구하는 사용자적 지위에 있음에 착안했다. 아파트 경비원의 근로시간 인정에 있어서 입주민에게 휴게시간이 정확히 공지됐는지 여부를 주요 근거로 삼았고, 대상판결은 여기에 어떠한 위법도 없다고 봤다. 이는 향후 아파트 경비원들의 휴게시간 관련 소송에 있어서도 중요한 판단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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