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택배노조가 30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회의실에서 CJ대한통운이 사회적합의에 따라 택배비 인상분을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에 사용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택배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쓰기로 한 택배비 인상분의 약 60%를 원청택배사인 CJ대한통운이 가져가는 내용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위반한 채 원청이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CJ대한통운은 택배요금 인상분 170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170원 중 105원 가져가 … 연간 2천억원 초과이익”

전국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 간 잠정합의 내용을 공개하며 “택배요금 인상분 170원 중 분류비용과 산재·고용보험 명목으로 65원을 대리점에 지급하기로 했다”며 “105원이 원청택배사 몫으로 가는데 연간 1천800억원에서 2천억원의 초과이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는 CJ대한통운과 대리점연합회가 지난 24일 합의한 내용이다. 대리점연합회는 각 대리점에 최근 이 내용을 공지했다. 공지를 보면 9월13일부터 분류비용으로 50.1원을, 내년 1월1일부터 52.7원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노조는 산재·고용보험으로 적용될 금액을 15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170원 중 65원은 대리점에 지급하고 나머지 105원은 원청이 가져간다는 설명이다. 공지 내용에는 “9월13일부터 11월 말까지 분류인력 시범사업을 운용해 각 현장의 여건과 상황을 파악하고 이 기간 동안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 보완하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다.

노조는 시범운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명백한 사회적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지난 6월 도출한 합의 내용에는 분류인력 투입과 고용·산재보험 가입을 위한 직접원가 상승 요인이 170원(분류인력 150원+보험비 20원)임을 확인했다. 합의기구는 “택배사업자 및 영업점은 택배요금 인상분을 분류작업 개선,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 등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최우선적으로 활용하며 택배기사에게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부속합의서에도 “택배요금 인상분이 분류인력 투입과 고용·산재보험 비용을 실제로 부담하는 주체에게 합리적으로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유성욱 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105원을 가져가는 이유에 대해 휠소터(분류 자동화 설비) 설치·유지비용, 이로 인한 금융비용 등을 이야기하는데 사회적 합의 이전인 2017년부터 업무효율과 증진을 위해 CJ대한통운이 해 오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사회적 합의 이행 관련 원포인트 교섭하자”

택배요금 인상분 170원을 ‘별도요금’으로 책정한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택배노동자들의 수수료 단가 테이블이 낮아져 사실상 수수료 삭감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지 내용에는 “170원을 수수료와 별도로 구분해 진행”한다고 돼 있다.

CJ대한통운은 4월1일 택배요금을 250원 인상했다. 노조에 따르면 4월 이전 평균운임은 1천950~1천985원이었는데 요금 인상 이후 2천120원 정도로 135~170원 상승했다. 유성욱 본부장은 “택배기사의 모든 수수료 산정기준은 평균운임인데 170원을 공제하면 수수료가 삭감되는 효과가 있다”며 “기본급지가 없는 집하기사의 경우 지금보다 30% 정도 수수료가 삭감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원청에 사회적 합의 이행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원포인트 대화를 요구했다. 진경호 위원장은 “다른 의제를 가지고 원청과 교섭하자는 게 아니라 합의안을 어떻게 이행할지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파업을 막기 위해 노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로, 대화마저 거부한다면 노조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쪽은 “택배기사의 작업시간을 주 60시간 이내로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해 대리점연합회와 협의를 진행 중으로 아직까지 정해진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택배기사의 작업시간 단축을 위해서는 분류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이외에도 다양한 비용이 소요된다”며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관련 사항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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