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암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장이 지난해 11월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인정받았는데도 교섭에 불응하던 홈플러스 협력업체가 재심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 두 건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노위에서 부당노동행위 판정서를 받고도 소송을 내 ‘시간 끌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재판부 “배송기사의 노동자성, 주된 쟁점”
항소심에 ‘택배기사’ 유사사건 계류, 공방 전망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26일 홈플러스와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서진물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취소 소송과 부당노동행위 재심판정취소 소송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장은 온라인 배송기사를 노조법상 노동자로 볼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판에서 배송기사의 노동자성 입증 여부를 두고 사측과 중노위의 공방이 예상된다. 사측은 사업구조와 배송기사의 특수성 등으로 볼 때 배송기사의 노동자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노위측은 학습지 교사 등 다른 사례를 보더라도 노동자성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먼저 진행된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 청구’ 재판에서 사측은 노동자성을 부인하기 위한 증인으로 노조에 미가입한 배송차주를 불러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증인신문을 통해 배송업무 실태를 확인해 보겠다는 취지다. 중노위측은 사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배송차주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증인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장은 항소심에 여러 건의 ‘택배기사 노동자성’ 사건이 계류돼 있다며 양측에 항소심 사건과 비교해 차이점을 설명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CJ대한통운이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재심결정취소 소송에서 택배기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이다.

바로 이어진 ‘재심판정 취소 청구’ 재판에서는 배송기사의 노동자성과 함께 계약해지 사유의 정당성이 쟁점으로 다퉈졌다. 중노위측은 사측이 계약해지 사유로 언급한 홈플러스와 서진물류 사이의 계약서를 ‘직무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지만. 사측은 홈플러스에서 계약관계를 이유로 일체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진물류, 온라인배송지회장 두 차례 계약해지
중노위, 노동자성 인정하며 부당노동행위 판정

서진물류는 지난해 3월 업무위탁계약을 맺은 배송기사인 이수암 당시 마트산업노조 온라인배송지회장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상품 운송 도급계약 위반과 무단 방송촬영으로 인한 고객 민원 발생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 지회장은 고객 불만 당사자가 아니므로 부당노동행위라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난해 8월 경기지노위는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며 원직복직을 주문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노위 판정 두 달 뒤 복직 시기와 장소를 조율하던 중 다시 이 지점장에 배차 지시에 응하지 않았다며 두 번째로 운송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중노위는 이 지회장에 대한 운송계약 해지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라며 초심과 같이 원직복직을 명령했다. 특히 배송기사들은 노조법상 노동자이고, 배송기사들로 조직된 노조는 합법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노조는 지난해 8월 회사에 단체교섭을 요청했지만, 사측이 교섭요구사실 공고 등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지 않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해 인용 판정을 받았다. 중노위도 사측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다음 재판은 올해 11월4일 속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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