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하위법령 제정안 입법예고가 23일 종료됐다. 노사 모두 의견서를 내고 정부 제정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복잡해진 환경에서 안전보건 관리자와 하청업체 담당자가 떠맡았던 극히 일부의 책임을 기업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인 최고경영자에게 제대로 물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 시행령(안)으로는 끊이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 모두 경영책임자 의무내용이 포괄적이고 불문명해 의무주체인 기업이 명확한 기준을 파악하기 어렵고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노사 대립 속 입법예고 종료
노동부, 어떤 선택 할까

재계는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법 취지를 달성하면서 선량한 관리자로서 사업장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한 경영책임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시행령 제정안에 대한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경영책임자가 억울하게 처벌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 이전에 노동자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일도 없어야 한다.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한 지난달 12일부터 이날까지 42일간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소 60건에 이른다. 안전보건공단 속보를 보면 7월12일 경기 수원에서 건물 외부 은행나무 가지를 자르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3.6미터 높이의 이동식 비계 2단 작업발판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다음날인 13일에는 부산 음식물 처리시설에서 수거차량의 후면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던 노동자가 음식물 반입 저장고로 떨어져 죽고 이를 구하려던 동료도 추락해 부상을 입었다.

내년 1월 시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두고 기업들이 안전보건 투자를 대폭 확대하거나 안전보건 조직을 새롭게 편성하고 인력 대거 투입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분주한 곳은 대형로펌이다. 유명한 법무법인 모두 중대재해 대응팀을 확대·개편하고, 안전보건 관련 퇴직 관료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올해 초 노동부를 퇴직한 박영만 전 산재예방정책국장이 지난 3월부터 법무법인 율촌에서 중대재해센터 공동센터장을 맡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안전보건 관리 책임 소홀한 경영책임자에 책임을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 내용은 기업이 재해를 막는 데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제대로 이행하라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정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모법에서 위임한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의 문구를 삭제해 정부가 자의적으로 모법의 의미를 축소했다”며 “이런 식의 축소와 한정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전반에서 드러나며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또 시행령은 기업이 안전보건 의무를 준수하는지를 민간에 위탁해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 안전보건 관련 인력·조직·예산 확대보다 대형로펌에서 중대재해 대응팀이 발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다.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노동자를 기만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김용균법을 만들어 진짜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을 막고 싶어 유족과 시민들이 단식을 하며 죽기 살기로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라며 “우리 스스로가 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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