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물류센터 폭염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혹서기·혹한기 대책으로 휴식시간과 모든 센터 냉·난방기 설치를 요구하며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지회장 민병조)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쿠팡은 모든 물류센터에 대한 작업자 건강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쿠팡 고양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박민하(31)씨는 “노조의 투쟁으로 쿠팡 물류센터가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조차 더위가 끝나가는 최근에서야 시작됐다”며 “공식적인 휴게시간이 없어 물을 마시거나 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증언했다. 지회에 따르면 현재 쿠팡은 인천·고양 등 일부 물류센터에만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했다.

민병조 지회장은 “동탄물류센터를 포함한 다른 물류센터는 이동식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았고, 설치된 곳도 층마다 3대 정도만 있어 넓은 물류센터에 냉기를 전달하지 못한다”며 “물류센터는 새벽 4시에도 기온 35도·습도 55%에 이를 정도로 찜통”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당장 4개월 뒤면 겨울인데 핫팩 두 개에 손을 녹이며 버텨야 하는 현실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9시간을 꼬박 일한다는 박민하씨도 “휴게시간이 없어 이동식 에어컨까지 오가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회는 쿠팡의 모든 물류센터에 덕트(공기 통로)가 있는 강력한 냉·난방 시설을 설치하고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옥외 작업자만을 중심으로 설계된 점과 폭염시 작업중지 대책이 권고 수준에 그치는 점도 비판했다.

김한민 전국물류센터지부장은 “정부는 6월 김부겸 국무총리 약속대로 특별근로감독을 당장 개시해야 한다”며 “폭염에 고통받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강제성을 담은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쿠팡은 “전국 배송캠프와 물류센터에 냉수·아이스크림·식염포도당 등을 매일 제공하고 있다”며 “물류센터별 상황에 따라 에어컨·이동식 에어컨·대형 선풍기 등 냉방시설을 설치했고, 휴게실과 작업공간에 대한 다양한 냉방설비 설치 등 여러 대책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회와 쿠팡은 이달 26일 단체교섭 상견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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