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중공업 풍력1공장에서 지난 20일 오전 설비를 점검하던 40대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제조업 사업장에서 19일부터 사흘간 3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기본적 안전조치조차 지켜지지 않아 올해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두산중공업에서 고용노동부 감독 이후 또다시 사망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노동부 감독이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재발방지로 나아가려면 현장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창구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모스 하청노동자 쓰러진 채 발견 “과로사 가능성”

22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지부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3시40분께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중공업모스에서 협력업체 소속 60대 노동자 A씨가 해양H도크 펌프실 지하1층과 지하2층 사이 계단참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되며 외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고성 재해는 아닌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회는 과로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유족들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쉬는 날 없이 일했다고 한다”며 “인원이 부족해 설비보전업무에 2인1조 작업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업무가 가중되는 데다 사고가 발생해도 빠른 조치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모스에선 이전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협력업체 ㅊ물류 소속 신호수 이아무개(55)씨가 업무 도중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다. 6월23일 엔진 주조공장에서 하청노동자가 떨어지는 주물핸들에 맞아 척추와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 2월5일 대조립공장에서 2.6톤짜리 철판에 머리를 부딪혀 40대 직원이 사망한 중대재해의 원인 중 하나로 현대중공업모스 분사에 따른 현장의 소통 부재가 지목되기도 했다. 철판을 이송해 탑재하는 업무는 모스가, 철판용접 등 작업은 현대중공업에서 담당하며 당일 어떤 작업이 예정돼 있는지조차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2월에 이어 5월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며 5월17일부터 같은달 28일까지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했다. 하지만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7월13일 도장 1공장에서 지붕을 수리하던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현대차·두산중, 끼임·추락사고 또 발생
“노동부 감독 ‘보이는’ 것만 적발할 수밖에 없어”

19일과 20일에도 잇따라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20일 오전 8시40분께 두산중공업 풍력1공장에서 설비를 점검하던 40대 노동자가 6~7미터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19일 오후 1시30분께 현대자동차 울산3공장 부품하치장에서 제품 하차작업을 하던 물류업체 소속 양아무개(63)씨는 설비와 작업장 계단 사이에 끼여 숨졌다.

두 사고 모두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차 사고 현장에는 안전매트나 안전울타리가 없었고 작업자를 설비에서 보호할 센서도 부착돼 있지 않았다. 두산중공업 사고 현장에도 추락을 방지할 만한 안전장치가 없었다.

현대차와 두산중공업은 각각 지난 1월과 3월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는 1월3일 프레스1공장 베일러머신(압착기)에 가슴이 눌려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고, 두산중공업 원자력공장에서 3월8일 운송업체 소속 40대 노동자가 100톤짜리 제품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에도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노동부 창원지청은 지난 5월 추락위험방지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 위반 사항을 확인해 두산중공업에 과태료 1천45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노동부 감독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재발되자 감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정주 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1월 현대차 사고로 노동부가 감독을 했고 안전보건진단 명령도 내렸는데 기본적인 사항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사고가 발생한 곳에만 형식적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이 이번 중대재해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며 “당시 작업중지명령도 사고가 난 설비에서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해제했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있는 감독을 위해서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노동계는 입을 모은다. 현장노동자가 피부로 느끼는 위험과 감독관이 눈으로 보는 위험은 다르기 때문이다.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 이후 제조업 사업장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했지만 감독을 해도, 안전보건진단 명령을 내려도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데에는 노동부 감독에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노동부 직원이나 외부 전문가는 점검 당시 ‘보이는’ 것만 적발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직접적 참여가 보장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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