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과 금속노조 주최로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LG 렌털 가전 방문관리노동자 안전·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정기훈 기자>

“연락이 닿지 않았던 고객이 지금 와 달라고 하면 퇴근 후에도 달려갑니다. 업무시간에 자율성이 없고 오직 고객에게 맞춰 일하는 겁니다.”

LG전자 렌털 가전 방문관리 노동자의 호소다. 주로 40~50대 중년여성인 특수고용직 방문관리 노동자들은 “일하는 동안 밥도 잘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고 참는다” “고객에게 겪는 정신적·성적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LG케어솔루션지회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방문관리 노동자의 부당한 처우와 질환, 안전사고, 감정노동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2월12일부터 올해 1월11일까지 404명에게 설문조사를 하고 4명을 현장조사, 3명을 면접조사했다. 지회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19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LG전자 렌탈 가전 방문관리 노동자 안전·건강 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그 결과를 공개했다.

10명 중 9명 “몸 아파도 일한 적 있다”

렌털 가전 방문관리 노동자는 가정집이나 사무실 정수기 위생관리 같은 업무를 한다. 통상 매니저로 부른다. 평균 월급은 200만원 수준으로, 업무비용 등을 제외하면 180여만원 정도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차나 연장·휴일근무수당, 퇴직금도 없다.

주당 근무일은 6일 이상이 58.5%다. 주 5일 일한다는 응답은 39.1%로 비교적 적었다. 4일 이하 근무는 2.3%에 불과하다.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하루 근무 중 평균 식사 횟수를 묻는 질문에 한 끼도 먹지 않는다는 응답이 16.5%였고, 근무 중 화장실도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15%로 나타났다. 화장실 갈 때도 고객 화장실을 이용하는 비율은 4.9%로 일부에 그쳤다. 주로 인근 상가 화장실을 찾거나(63.5%) 그냥 참는다(31.6%)고 했다.

아파도 쉬기 어려운 환경이다. 응답자 가운데 88.6%는 “몸이 아픈데도 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44.2%는 아픈데도 1~3일 일했다고 답했고, 4~7일 일했다는 대답은 30.6%로 나타났다. 아픈데도 7일 이상 일했다는 노동자가 25.2%나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이 건강을 해치거나 안전상 위험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84.7%로 나타났다. 업무로 인해 건강을 해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각각 84.7%와 85.5%로 나타났다. 지난해 건설노조가 유사한 질문지로 조사한 노동강도 평가에서는 각각 60.4%와 35.9%가 각각 건강을 해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는데, 이보다 높은 수치다.

76.7% “근육·뼈 또는 관절질환 앓아”

부딪히고 베이고, 개에 물리기까지

일하다 건강이 나빠져 치료를 받는 일도 잦았다. 중복응답으로 치료받는 질병을 물었더니 76.7%가 근육과 뼈 또는 관절질환을 앓는다고 했다. 허리통증(51.6%), 비뇨기계질환(35.8%), 위장질환(31.3%), 시력저하(30.1%)가 뒤따랐다. 응답자들은 무거운 물건을 취급하고 불편한 자세로 일하는 것이 건강악화의 유해요인이라고 인식했다. 고객 불만에 따른 민원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으로 봤다.

업무환경은 안전하지 않았다. 최근 12개월 동안 경험한 사고를 물었는데 △부딪힘 245건(중복응답) △절단·베임·찔림 182건 △개에 물림 127건 △넘어짐 124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나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가전제품 관리업무의 특성과 고객 대면업무의 어려움, 성과 압박 같은 노동조건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기본급 보장과 적정 근무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을 중단하고 감정노동부터 폭력·괴롭힘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2인1조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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