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이 ‘2020 최악의 살인기업’ 1위에 선정됐다. 대우건설에서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5명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사현장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우건설 현장소장이 대법원에서 ‘금고형’을 확정받았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산재와 관련한 처벌은 약하다는 지적이 인다.

노동자 추락사로 대우건설 현장소장·하청 이사 기소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12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업무상 과실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대우건설 문아무개 상무(당시 현장소장)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법인 대우건설은 벌금 1천만원이 확정됐다.

대우건설 하청노동자 2명은 2019년 3월 경기도 부천 중동의 주상복합 신축공사 현장에서 무게 285킬로그램의 탈취유닛 케이스를 설치하던 중 약 7미터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한 명은 전치 14주의 골절상을 입었고, 다른 한 명은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당시 공사 현장소장을 지낸 문 상무와 하청회사 이사, 용역업체 대표 등 3명과 대우건설·하청업체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중량물을 취급하는 노동자에게 안전대를 지급하지 않고 부착설비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의무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1심은 “이 사건은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부른 전형적인 인재로, 원청사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기본적인 안전지침만 지켰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문 상무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대우건설에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하청회사 이사와 용역업체 대표는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하청업체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문 상무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해 항소심에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하청과 용역업체는 항소하지 않아 1심이 확정됐다. 회사는 항소심에서 도급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대우건설과 문 상무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대우건설 ‘연평균 5명 이상 사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시 가중 처벌 가능

법조계는 대우건설이 매년 산재 사망사고를 일으키는데도 법원의 처벌은 여전히 수위가 낮다고 비판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되면 대우건설의 경우 재범을 저지른 것이 고려돼 경영책임자가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년 이내 중대재해를 재범한 기업은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하도록 정하고 있다.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했을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기 때문에 재범 기업주나 경영책임자는 1년6개월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대우건설은 <매일노동뉴스>와 노동건강연대, 민주노총으로 구성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지난 4월 발표한 ‘2021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에서 8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위를 차지할 만큼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 기업이다. 대우건설은 10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지난 10년간 연평균 5건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016년 8명, 2017년 3명, 2018년 3명, 2019년 6명, 2020년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권영국 변호사(해우 법률사무소)는 “산재 사망사고 중 가장 빈번한 추락사는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막을 수 있고, 안전책임자가 이를 소홀히 했다면 중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라며 “대법원이 양형을 심리하지는 않지만, 안전책임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법인에도 1천만원이라는 낮은 벌금을 선고한 것은 ‘종잇조각’에 불과한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도급인의 형사책임과 관련해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2019년 1월 전부 개정되기 전 옛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책임 범위를 많이 좁혀 놓아서 도급 장소에서만 원청의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특히 건설회사가 기계만 임대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주된 쟁점이었는데, 이번 사건은 법원이 도급계약이라고 인정해 원청에 더 큰 책임을 지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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