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무면허로 원동기를 타고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더라도 노동자의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아니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법원은 교통사고가 노동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발생한 것인지는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전동킥보드 과실에도
자동차 운전자 주의의무 있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박종환 판사)은 지난달 7일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직장인 A씨는 2019년 11월 원동기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근하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A씨는 횡단보도 녹색등이 깜박일 때 무리해서 건너다가 주행 신호를 받고 움직이던 화물차에 충돌했다. 좌측 경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A씨는 지난해 1월 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교통사고처리법)상 무면허 운전과 신호 위반에 해당하는 중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A씨의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37조2항에 따르면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그러자 A씨는 “화물차 운전자의 과실이 더해져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자신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전동킥보드 운전행위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출근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A씨의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의 행위가) 무면허운전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 외에 산재보험 보호대상에서 배제돼야 할 정도로 위법의 정도나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동차 운전자는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동태를 두루 살피면서 자동차를 운전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 사고 직접 원인 아냐”

‘무면허 오토바이로 출근 중 사망사고’에 대해서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유사한 판단이 나왔다. 울산지법은 지난달 15일 사망한 오토바이 운전자 B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면허가 없던 공장 노동자 B씨는 지난해 2월 50시시(CC)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중 T자형 교차로 통과 직후 1톤 트럭이 오토바이 뒤 범퍼를 충격해 전도되며 사망했다. B씨의 배우자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했지만, 공단은 무면허 운전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B씨의 배우자는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가 무면허 상태에서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오토바이 운전을 한 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배우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동차 운전자가 T자형 교차로를 직진해 주행하는 경우에도 좌측에서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이 있는 경우 속도를 줄이며 주행하는 등으로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인다”며 “교통사고가 주로 B씨의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