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생산현장에서 33년간 일한 노동자에게 발병한 혈액암이 업무상 질병이라는 근로복지공단 판정이 나왔다.

9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공단 대전지역본부는 최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일하다 혈액암에 걸린 김아무개씨의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여 산재로 인정했다.

1987년 대전공장에 입사한 김씨는 생고무에 여러 가지 화학약품을 첨가해 타이어를 만드는 정련공정에서 일했다. 지난해 연말 건강검진에서 백혈구 수치 감소를 확인하고 혈액검사·골수조직검사를 진행한 결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공단 심사 과정에서 김씨는 33년간 근무 중 솔벤트 같은 유해물질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백혈병이 발병했다며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카본·오일·유황 등 김씨가 사용한 약품은 백혈병 발병과 관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질병판정위는 “과거 타이어 공장 역학조사에서 해당 백혈병 관련 유해인자 노출이 확인됐고, 고무산업 종사와 혈액암의 관련성이 역학 연구결과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며 “과거 정련공정 업무 수행시 벤젠이 포함된 물질을 사용한 점, 30년 이상 장기간 고무산업에 종사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신청 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참석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유사한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작업장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한국타이어에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더는 직업성 암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정부는 직업성 암으로 인해 고통받는 노동자를 찾아 온전히 치료하고 재활을 돕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타이어는 직업암과 산재 등으로 97년부터 2016년 사이 노동자 150명가량이 숨져 ‘죽음의 공장’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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