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출범한 이래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190개 협약 중에서 안전·보건과 관련해 ILO가 강조하는 협약은 13개다. 그중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협약은 6개에 불과하다. 안전·보건 협약들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155호 ‘직업안전보건(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협약과 187호 ‘직업안전보건 증진체계(Promotional Framework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협약이다. 1981년 채택된 155호 협약과 2006년 채택된 187호 협약은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8년 2월 비준돼 2009년 2월부터 그 효력이 발생됐다.

155호 ‘직업안전보건 협약’에 따르면 이 협약을 비준한 모든 회원국은 노사 단체와 협의해 직업안전, 직업보건 및 작업환경에 관한 일관된 국가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가 자신의 생명이나 보건에 급박하고 중대한 위험이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정당성이 있어 작업환경으로부터 스스로 이탈한 경우, 국내 여건과 관행에 따라 부당한 결과로부터 보호하는 노동자의 작업 이탈(거부)권을 보장한다. 또한 직업상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사용자가 실시한 조치에 관해 기업의 노동자나 노동자대표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며, 노동자 대표는 상업상 비밀(commercial secrets)을 누설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자신이 대표하는 단체와 그러한 정보에 관해 협의할 수 있다.

187호 ‘직업안전보건 증진체계’ 협약에 따르면 이 협약을 비준하는 모든 회원국은 대표적인 노사 단체와 협의해 국가정책, 국가 제도 및 국가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업무상 부상·질병 및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직업안전보건의 지속적인 개선을 촉진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회원국은 직업안전보건 증진체계와 관련해 ILO 문서에 명시된 원칙을 고려해 직업안전보건에 관한 국가 제도 및 국가 프로그램을 통해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환경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모든 회원국은 노사 단체와 협의해 ILO의 관련 직업안전보건협약을 비준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직업안전보건에서 일종의 ’핵심협약’ 격인 협약 155호와 187호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노동자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와 노동자대표, 그리고 노동자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가 비준한 다른 ILO 협약들처럼 155호와 187호 협약도 비준 따로, 입법 따로, 현실 따로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행 안전보건체제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정보권과 협의권, 그리고 참여권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은 것이 대한민국의 솔직한 현실이다.

안전·보건과 관련한 협약들 가운데 아직도 비준하지 않고 있는 것을 새롭게 비준하려는 작업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이미 비준한 협약들이 국내 법·제도 안에 제대로 반영돼 실현되고 있는지를 제대로 검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정부만의 일도, 사용자만의 일도, 노동조합만의 일도 아니다. 노사정 3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야 할 공통의 숙제다. 코로나19 전염병 상황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국내외 기준을 점검하는 사회적 대화가 시급하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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