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

한국가스공사에서 2014년부터 위탁소방대원으로 일한 박성덕(41)씨는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로 회사가 3명이 하던 일을 2명에게 시켜 업무강도가 늘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찍이 소방설비기사 자격증을 취득해 다른 회사에서 5년간 일하다 공사에 입사했다. 박씨 근무지는 공사 인천생산기지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LNG수송선을 통해 5개(인천·평택·통영·삼척·제주) 생산기지에 저장된다. 기지에서는 액체상태인 천연가스를 다시 기체 상태로 만들어 발전소나 도시가스사에 공급한다. 위험물을 관리하는 곳이라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한 화재 위험에 대비해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자체소방대가 설치돼 있다. 용역회사 소속인 위탁소방대원들은 가스공사 정규직과 함께 자체소방대를 구성해 24시간 교대업무를 한다.

소방대원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소방훈련을 하고, 일상적으로는 기지 내 설비를 순찰한다. 소화전·분말소화설비 등 각종 소방설비를 점검하는 것도 소방대원 몫이다. 기지 안에서 불이 나면 소방차를 출동시켜 소방공무원이 오기 전까지 초동진압을 한다. LNG수송선이 기지로 들어올 때도 소방차 안에서 하역부두를 지킨다. 수송선이 기지 안 탱크로 가스를 보내면서 펌프가 가동돼 화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역 대기업무는 하루에 한 번꼴로 반복된다. 하역 대기를 하는 날은 한 명이 사무실에서 화재 수신기를 주시하고 다른 한 명은 부두를 지키는데,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컵라면·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굶는다. 3명이 한 조가 돼서 일하던 때는 교대근무자가 있었지만 현재는 2인1조(4조3교대)라 식사시간을 온전히 보장받기 힘든 상황이 됐다. 용역회사에 소속된 간접고용 노동자라 매년 하는 임금·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 인력충원이나 임금인상을 요구해도 용역회사는 원청인 가스공사 핑계를 대고, 가스공사는 교섭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화재를 예방하고 진압하는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들은 매년 근로계약서를 다시 쓴다. 박씨는 “업체가 바뀌면 (업무 연속성이 떨어져) 일은 더 생기는데 처우는 좋아지지 않는다”며 “임금·단체교섭을 하다보면 업체가 바뀌어 모든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임금·노동강도 나빠져”

가스공사의 생산기지를 지키는 위탁소방대원이 파업에 돌입한다.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는 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은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소방대원은 각 기지마다 13명, 제주기지에는 7명이 일한다. 총 59명이다. 이 중 조합원은 31명이다. 2010년 외주화됐다. 10년 동안 하청업체가 7번 변경됐다. 올해 4월부터 용역회사인 건국방재엔지니어링과 근로계약을 맺고 네 차례 교섭했지만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도 결렬돼 이날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쟁점은 정규직 전환과 임금인상, 교대제 개편이다. 지난해부터 교대근무를 하는 소방대원(인천기지를 기준으로 13명 중 8명이 교대근무자)은 임금이 최대 70만원 삭감됐다. 용역업체는 “원청이 총액인건비를 삭감했다”고만 답했다. 용역업체는 기본급·야간수당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해 임금교섭도 진척되지 않았다. 지부는 공사에 노임단가표와 설계내역서 공개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2018년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며 교대제가 3인1조 3조2교대에서 2인1조 4조3교대로 바뀌었다. 노조는 3인1조 4조2교대로 전환하자며 인력충원을 요구한다.

지부는 전면파업을 준비했지만 지난달 30일 공사는 갑작스레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맺자고 제안했다. 오승희 노조 공공기관사업 부팀장은 “위탁소방대원은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자지만 정규직 전환 논의가 4년째 지연된 이유는 공사가 ‘위탁소방대원은 공사 정규직 옆에서 소방보조업무를 수행한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2008년 경기지노위도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 수준을 결정하며 소방업무를 100% 필수유지업무라는 결정을 내렸는데 공사는 위탁소방대 업무에 대해 계속 입장을 바꾼다”고 지적했다.

“원청이 직접 업무지시, 불법파견 소지 높아”

노조는 위탁소방대원이 불법파견근로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서울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소방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는 현대차 노동자”라고 판결했는데, 현대차와 가스공사 위탁소방대 사례가 매우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조직도상 안전환경부 바로 밑에 소방대가 편입돼 있고, 이들이 순찰과 설비점검 업무를 하면 공사 정규직이 서류에 결재를 했다”며 “방호대기 및 순찰업무를 할 때도 원청이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근무시간과 근무지가 달라졌고 위탁소방대원은 이를 원청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우 변호사는 “도급계약에서 도급인은 수급인의 작업인원·작업방식·작업 과정과 근로조건에 관여할 수 없고 직접적인 지휘·명령과 업무지시를 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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