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산업·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공정한 노동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산업 분야별 노정협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용균 3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발전소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와 경상정비 분야 정규직화는 요원하다”며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포함해 정의로운 전환을 통한 고용보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탄소중립 이행에 따라 석탄화력발전 분야는 사업축소·전환 목표가 확정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노동전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노조는 ‘공정한 노동전환’이 가능하려면 2018년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으로 제기된 발전소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정일 노조 부위원장은 “산업재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고용과 노동”이라며 “특히 에너지 산업에서 정규직화를 통해 에너지 공공성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방안, 기업 특혜에 치중”
“분야별 노정협의가 효과적”

정부는 노사 간 직무전환·고용유지 협약을 맺으면 이를 지원한다는 등의 고용안정책을 발표했지만, 노조는 근본적으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에 고용보장 관점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규제완화와 금융지원 등 기업 혜택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산업·경제구조 변화에만 몰두할 뿐 일자리와 노동전환에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황인철 기후위기 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기후위기 때문에 산업구조를 변화시킨다며 공정한 노동전환을 발표했지만 기업이 마음대로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 주겠다는 내용 같다”며 “기후위기를 유발한 당사자인 기업은 규제하고, 기후위기로 일자리를 잃을 위협에 놓인 노동자와 농민·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정부·여당은 고 김용균씨가 일하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조속히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2년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노조 대표자회의 간사는 “발전소 현장은 여전히 계약직과 프로젝트 청년노동자가 가득하다”며 “정부는 공정한 노동전환을 이야기하지만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와는 단 한 번의 소통도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최근 발족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기후변화와 산업·노동 연구회에서 노동전환을 이야기하기보다 산업 분야별 노정교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상정비 분야 공동수급 의무화 가능성 높아져
‘위험의 외주화’ 확산하나

노조는 발전소 내 외주화가 오히려 확산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2월 경상정비 분야 노·사·전문가 협의체가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을 합의했지만, 이 분야 군소 민간업체들이 여전히 ‘공동수급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발전정비 성장기업협의체를 구성해 국회와 국민권익위원회에 발전사 내 경상정비 분야의 공동수급을 의무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동수급을 의무화하면 경상정비 분야에서 일정 지분 이상으로 하나의 일감 계약을 2개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으로 도급해야 한다. 이 경우 안전인력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업체가 난립하게 될 우려가 있다. 또 이들 소규모 업체는 지난 2월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용보장과 처우개선 의무를 이행할 의무가 없는 점도 문제다. 노조는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에 동의하지 않는 군소업체가 공동수급을 하면 노동자 안전이 담보되지 않아 사실상 위험의 외주화가 확산하는 것이라 지적한다.

발전 5사 중 일부 발전사들은 공동수급 의무화에 부정적이다. 한국동서발전이 지난 6월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문서에는 “공동수급시 소규모 업체의 참여로 기술력, 경험 및 안전관리 조직 등 종합공사수행 역량이 비교적 낮아 공사품질 및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송상표 노조 금화PSC지부장은 “발전 5사가 공동수급제를 계속 진행한다면 2월 노·사·전 합의를 스스로 파기하고 이행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노동자들을 다시 고용불안과 위험의 일터로 내몰겠다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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