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전경.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계약의 형식과 상관없이 노동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프로축구단 포항스틸러스의 장성환 전 대표이사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장성환 전 대표는 2004년 1월께 입사해 2015년 1월 퇴직한 재활트레이너 A씨에게 퇴직금 4천만원을 연장 합의 없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가 구단 소속 직원이 아니었다고 보고 장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근거로 1심은 △계약 형식이 용역도급계약이었다는 점 △전문성이 요구돼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어려운 점 △승리수당·우승수당이 지급된 점 △A씨가 국민건강보험 및 국민연금 지역가입자이고, 사업소득자로서 종합소득세를 납부한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항소심은 A씨가 포항스틸러스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1심을 깨고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근로계약서가 2013년 2월 이후 용역도급계약으로 변경됐지만 A씨가 약 10년간 근무하던 중 작성된 것이며, 계약의 형식이 어떠한지는 주된 요소가 아니다”며 “계약서 작성 전후로 근로기간이 단절되지도 않았고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등 종전의 계약과 달라진 점이 없어 계약서 변경은 형식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최초 작성된 계약서에는 연봉 등 고용계약 성격을 갖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고, 도급을 전제로 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았다”며 “구단은 수당을 제외하면 A씨에게 매월 고정급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고, 구단의 사전 동의 없이는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대행하게 할 수 없었던 점 등을 봐도 A씨가 독립해 사업을 영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A씨가 구단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봐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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