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기자회견 자리에 더는 기자가 없다. 그러나 요즘 마이크 잡은 사람들은 어딜 보고 말해야 하는지를 잘 안다. 스마트폰에 적어 둔 메모를 보면서 틈틈이 앞자리 세워 둔 스마트폰 카메라를 향해 눈을 맞춘다. 홀로 서거나 앉은 채로 할 말을 마치면 다음 사람과 자리를 바꾼다. 모일 수는 없지만 말하는 일을 멈출 수가 없어 사람들은 기어코 방법을 찾는다. 어디에선가 화면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거기 채팅창에 투쟁, 투쟁, 투쟁, 구호를 적어 동참한다. 1인 릴레이 온라인 기자회견 풍경이다. 가상의 공간에 모여 현실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건 어느덧 익숙한 일이 됐다. 기자회견과 토론회 포스터와 보도자료엔 이제 어디 몇 호 하던 주소 대신 영문과 숫자 조합 웹 주소가 찍힌다. 그러니 비대면의 시대, 대면을 최고의 미덕으로만 알던 사진기 든 기자들이 갈 곳을 몰라 허둥대기 일쑤다. 어쩌다 찾아간 자리엔 발언자 홀로 덩그러니 앉은 경우가 많다. 카메라 네모 프레임 속 너른 빈자리가 못내 아쉬운 사진기자는 저기 네모난 스마트폰 화면을 찍기에 이른다. 손이 거기 닿아 온기 얼마간 보태기를 기다려 본다. 가상을 품은 진상을 사진에 담아 보겠다며 골치가 아프다. 코로나19 확진자 그래프가 나날이 높다. 물리적 거리 두기 단계가 낮아질 줄을 모른다. 갈 곳 찾아 헤매던 낮은 자리 아우성이 저기 가상의 공간에서 연일 높다. 거리에 모여 주먹 뻗던 손으로 사람들은 키보드를 두드린다. 스마트폰 화면을 부지런히 쓸어 올린다. 연대의 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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