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은 내년도 세법개정안을 논의하는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초과이익공유세·로봇세·탄소세 신설 제안을 했다. 이익을 본 기업에 세금을 거둬 피해계층을 지원하자는 취지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한국노총과 우분투포럼이 주최한 ‘사회적 약자인 자영업자의 몰락,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 모습. <매일노동뉴스 자료사진>

코로나19 장기화 사태로 경제불평등과 소득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정부에 획기적인 세제 정책을 내놓으라는 목소리가 본격화하고 있다. 위기상황에서 이윤을 독점한 대기업과 일부 업종, 자동화 전환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는 기업에 세금을 걷어 피해계층에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 세금감면’ 조세정책 내년에도 유지할까

22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정부는 26일 오후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세제개편안을 확정·발표한다. 누구에게 얼마를 걷어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조세제도는 개인과 기업 경제활동, 소득분배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을 하면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기업 대상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해 세금을 깎아 주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해서 소비를 촉진했다.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과세하고 소득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등 곳간을 채울 방안도 추진했다. 내년 세법 개정안도 올해의 이 같은 기조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으리라 전망된다.

노동계는 큰 변화 없는 세제 정책으로는 코로나19 사회양극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위(하위 20%)의 근로소득은 1년 전인 2019년 4분기보다 13.2% 급감했다. 반면 4분위(상위 20~40%)는 현상유지, 5분위(상위 20%)는 1.8%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휩쓴 지난 한 해 소득하위 가계가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코로나19는 생활도 바꿔 놓았다. 2020년 가계동향조사(연간 지출)를 살펴봤더니 소득하위 1분위 가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15.7%), 주거·수도·광열(5.4%), 보건(8.0%) 등에서 소비가 늘었다. 5분위는 특이하게도 교통(18.2%) 지출이 크게 늘었다. 자동차 구매를 많이 했다는 의미다.

기업 상황은 어떠했을까. 지난해 도소매업 판매액은 전년 대비 0.4% 성장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런데 도소매업 중 온라인거래액은 19.1% 급성장했다. 대면판매 등 전통적인 도소매업의 매출은 줄고, 온라인시장은 커졌다. 서비스직 일자리가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시장을 중심으로 사람 없는 성장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9.6%, 40.9% 증가했다.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차장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잘사는 사람은 더 풍요로워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삶이 어려워지는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이 시작됐다고 보인다”며 “경제구조 변화와 하위층 소득 증대를 위한 근본적인 재정 전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익 본 기업에 세금 걷어 복지예산 확보를”

한국노총은 세제발전심의위 논의 과정에 초과이익공유세 도입을 정부에 제안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기업에 대해 한시적으로 법인세율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2023년까지 법인세를 현 19%에서 25%로 높인 영국 등의 사례를 참조해 최근 3년 동안 매출액이 10% 이상 증가한 1천명 이상 규모 대기업에 세금을 부과하자고 건의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산업전환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로봇세·탄소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조세정책이기도 하다. 26일 심의위에서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이 같은 제안을 할 예정이다. 이 총장은 60여명의 심의위원 중 유일한 노동계 인사다. 이 총장은 “코로나 시기에 막대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기금 조성과 복지예산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본 기업들에 세금을 걷는 것이 가장 유효적인 수단”이라며 “사회연대적인 차원에서라도 대기업에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적극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26일 발표할 2021년 세제개편안에 이 같은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심의위 회의는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을 추인하는 형식적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초과이익공유세·탄소세 신설 등 세제개혁을 대선국면으로 끌고 간다는 계획이다. 정문주 정책1본부장은 “사회 취약계층의 사회안전망 확보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각할 것”이라며 “당장 도입이 어렵더라고 현실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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