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산업과 일자리가 지속가능한 경제로 재편해야 한다. 정부가 22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속가능한 산업과 일자리로 전환의 첫걸음을 뗐다.

일단 정부가 기후위기와 산업재편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노동자가 없도록 ‘선제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향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노동자를 전환의 주체로 보지 않고, 재취업과 전직훈련 대상으로만 한정한다는 점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석탄화력발전·내연기관 자동차산업
10만명 산업구조 대응 특화훈련

정부는 이날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겸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의결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고탄소·노동집약 산업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미 구조조정이 시작된 석탄화력발전과 내연기관 자동차 분야에 2025년까지 10만명 규모로 산업구조 대응 특화훈련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직·직업훈련을 하는 기업에 장기유급휴가훈련 인건비(최저임금×150%+주휴수당)를 지급해 성장 유망 직종으로 전환을 촉진한다. 비수도권에 ‘노동전환 특화 공동훈련센터’를 2025년까지 35곳 신설해 지역노동자에 양질의 직업훈련 기회를 준다. 또 전환 교육이 하청노동자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대기업이 자체 훈련 인프라를 협력사 노동자까지 포함하는 경우 지원을 강화한다. 고용안정 협약지원금을 신설해 노사가 고용유지와 직무전환 협약을 하면 고용환경 개선에 쓸 돈을 준다.

지역경제 침체 막을 유망·대체산업 육성
디지털화에 따른 고용충격도 대비

산업전환으로 인한 대량해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2030년이 되면 신차 3대 중 1대는 수소·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9천개 자동차 부품사 중 현재 미래차 부품 생산기업은 210여개로 2.3%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라면 부품사 노동자 22만명 중 90% 이상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자동차 생산라인뿐 아니라 54만명으로 추산되는 정비·판매·주유·금융업까지 도미노 충격이 예상된다.

정부는 사전 전직이나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또 충남 보령이나 울산, 경남 창원같이 석탄화력발전·내연기관 자동차 사업체가 집중된 지역의 경우 유망·대체산업을 육성한다. 석탄발전 폐쇄 지역에 LNG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수소·신재생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방안이다.

당장 고용변화는 적지만 전환의 영향권에 있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업종도 일자리 감소 징후가 포착되면 노동전환 지원체계 프로그램을 즉각 가동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노동전환 분석센터’를 설치해 산업별로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다. 전 산업에 걸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화에 대응한 노동전환 지원 대책도 빼놓지 않았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법을 올해 발의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과 대한상의에 전담 추진기관을 꾸리는 한편 노사정 대화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회적 대화의 산업단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지역단위는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꼽았다.

관건은 사회적 대화
다양한 대화채널 마련해야

이번 대책은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에서 ‘노동이 빠졌다’는 비판에 따른 후속조치다. 노동계는 “노동 배제적인 이전 정책보다는 진전된 것”으로 평가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저탄소·디지털 경제 대전환은 특정 산업이 아닌 국가적 문제”라며 중앙차원의 이해당사자 참여가 보장된 거버넌스를 요구했다. 또 기업을 지원할 때 반드시 고용유지를 전제로 하고 하청·부품업체 비정규직 지원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의로운 산업전환 공동결정법’ 제정을 추진하는 금속노조는 “정부가 경사노위에서 공정한 전환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민주노총을 배제한다는 의미”라며 “정의로운 전환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고 했다. 노사공동결정의 법제화부터 산별교섭을 통한 산업의제 노사교섭, 정의로운 전환대책을 위한 업종별·지역별 협의체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이번 방안에 총량적인 고용보장 혹은 일자리 질 보장 원칙은 보이지 않고 노동자 개인에 대한 직업훈련과 컨설팅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지금도 잘 돌아가지 않는 경사노위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전환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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