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사지부가 지난 4월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활동지원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자료사진 임세웅 기자>

활동지원사에게 임금채권 포기각서를 요구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의 행위가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최종 확인했다. 또 대법원은 사측이 각서 작성을 반대한 노조 간부들의 노동시간을 월 60시간 미만으로 단축한 부분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최근 근로기준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정부 Y복지재단 김아무개씨의 상고심 선고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상시노동자 165명을 고용해 장애인복지사업을 경영해 왔다. 이후 공공운수노조 전국활동지원사지부에 5명의 노동자가 가입하자 김씨는 노동자 5명의 각종 수당을 합한 임금 1천4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근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김씨는 재단 운영기금으로 수당을 지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수당 부족액을 포기하고 사업주를 상대로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임금채권 포기각서를 노동자에게 요구했다. 이에 노조 간부 5명이 각서 작성을 반대하자 김씨는 조합원들의 근무시간을 월 60시간 미만으로 제한했다. 유급휴일이나 퇴지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1심은 “노동자들이 각서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임금채권을 포기한다는 의사로 서명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김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조합원들의 근무시간을 제한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제한한 것은 근로자들이 각서 작성을 거부했기 때문이고,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통한 이해나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근로자들이 각서 작성을 거부하자 그만두라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역시 “피고인이 노조의 정당한 활동인 각서 작성 거부를 이유로 피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을 제한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설령 피고인이 노조활동과는 무관하게 각서 작성 여부를 근거로 근로시간을 제한했더라도 이는 노조활동에 따른 불이익 취급에 해당한다”며 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선고와 관련해 고미숙 전국활동지원사지부 조직국장은 “사측이 활동지원사에게 임금포기 각서를 요구한 게 위법하다는 점을 확정해 준 것이라서 환영한다”며 “이 사건의 2심 선고 이후 유사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에서도 각서 작성을 시도하려다 포기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애초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의 낮은 형을 선고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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