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이달 23일은 고 노회찬 의원 서거 3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노회찬재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3주기 추모 행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드릴까 한다. 먼저 17일은 마석모란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린다.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추모객의 참여는 받지 않고, 유족과 재단 관계자들만 모여 추모제를 갖고 온라인 동영상으로 중개할 예정이다.

17일부터 28일까지는 전국 19개 지역 영화관에서 추모상영회를 개최한다. 상영되는 영화는 9월에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노회찬 6411>의 추모 상영용 별도 편집본이다. 추모상영회 참가는 노회찬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선착순으로 재단 후원회원과 영화 제작 후원자들에게 무료로 상영한다.

<노회찬 6411>이라는 제목은 그의 유명한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비롯됐다. 영화는 노동운동가 노회찬의 삶을 담고 있다. 그에게 진보정당 결성은 노동운동의 연장이었다. 영화는 노동운동가 노회찬의 삶을 통해 진보정당의 탄생과 좌절, 그리고 진보정치의 지향을 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는 지인들의 기억을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삶의 태도도 충실히 담고 있다. 지난해 3월 명필름에서 노회찬재단에 제안했을 때부터 치면 1년반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영화가 만들어졌다.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밤낮 없는 수고와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 주신 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재단의 상징 숫자인 6천411명의 영화 제작 후원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4천500명 정도의 후원자들이 참여했다. 후원자 명단은 영화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에 올라간다. 단체들도 후원에 참여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영화 마지막에 단체의 이름이 올라간다. 영화 편집 일정상 엔딩 크레디트로 올라갈 명단은 다음달 10일 마감한다.

재단에서는 영화 개봉을 위해 지역상영위원회도 구성하고 있다. 영화 개봉과 홍보는 상업영화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성격에도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영위원회는 재단이 주축이 되긴 하지만, 특정 단체를 중심으로 구성하지 않고 지역의 여러 단체가 공동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상영위원회는 영화 홍보와 함께 단체관람을 조직하게 된다. 노동조합에서도 단체관람에 많이 참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추모상영회와는 별도로 3주기 추모주간 행사로 지난 5일부터 온라인 추모전시관을 열었다. 추모전시관의 이름은 <노회찬의 ‘새 세상 비전’과 ‘제7공화국’ 기록>이다. 2007년 민주노동당 17대 대통령선거 후보경선 과정에서 당시 노회찬 후보는 ‘새 세상 선언’이라는 비전과 ‘제7공화국 11테제’라는 상징적이면서도 실천적인 전략을 내놓았다. 추모전시관은 당시 자료를 4개의 섹션으로 나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고 있다.

재단은 3주기 추모 기간 표어를 ‘노회찬, 지금 여기’로 정했다. 3년이라는 세월은 하나의 획을 긋기에 적절한 기간이다. 추모의 마음을 넘어 그의 정치철학, 그가 이루려고 했던 실천적 과제를 다시 살펴 현재의 과제로 이야기할 때가 됐다. 지금까지 재단에서 그러한 활동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좀 더 분명한 지향을 내세울 때가 됐다. 6411 투명노동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일은 재단의 고유한 사업으로 계속되지만, 이제부터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도 함께 이야기하려고 한다. 표어는 그 지향을 담았다.

지난해부터 부쩍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말과 글을 많이 접하고 있다. 그는 다른 정치인들과는 분명히 다른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다. 파당 짓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그의 태도, 손이 닿지 않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 우산을 씌우기 전에 함께 비를 맞으려 했던 그의 마음. 파동으로 비유하면 그는 긴 파장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것은 진보정치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만 아니라 한국 정치에 그러한 마음을 가진 정치인이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노회찬재단이 그를 대신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가 필요함을 일깨우고, 그의 지향을 담아 내는 일은 가능하리라 본다. 그 과정에서 ‘지금 여기 노회찬’이 다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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