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가 고용노동부에서 불법파견이니 직접고용하라는 명령을 받은 용역업체 노동자에게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 채용에 응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무직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임금저하를 우려하게 됐다.

13일 공공근로협동안전제일노조(위원장 송은석)는 “지자체 최초 불법파견 시정지시를 받았던 고양시가 불법파견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고양시(덕양구) 관계자는 지난 6일 덕양구청 노점단속을 하는 용역업체 노동자 7명에게 직접고용 방안이 담긴 확인서에 서명하라고 통보했다. 올해는 용역계약 해지일까지 기간제로 전환하고, 내년부터는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확인서에 담겼다. 노동자들은 서명을 거부했다.

고양시 “어쨌든 직접고용 명령 이행한 것”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은 지난 5월 고양시에 덕양구청에서 노점단속을 하는 용역노동자 7명(현장직 6명·사무직 1명)을 직접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다. 고양시 덕양구청은 매년 다른 용역업체와 ‘노점상 및 노상 적치물 정비단속과 사후관리업무’에 관한 용역계약을 맺어 왔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소속도 매년 바뀌었다. 고용불안을 우려한 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노조를 결성했고, 고양시와 ㅎ용역업체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위반했다며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파견법 위반 소지는 넘쳐 났다. 구청 공무원은 단체 대화방에서 용역노동자들에게 직접 작업방법·작업순서를 지시했다. 용역노동자들은 본래 계약된 업무와 무관한 창고 정리, 재난복구작업을 구청 공무원의 지시에 따라 수행했다. 조퇴·휴게시간이 필요할 때 담당 공무원에게 허가를 받기도 했다. 노점단속업무는 파견법이 규정하는 파견대상업무가 아니다. 고양지청이 불법파견으로 본 이유다.

고양시는 정부의 직접고용 명령에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은 최대 주 35시간까지 일할 수 있고, 1~2년마다 재계약해야 한다. 첫 임용 5년 이후에는 그런 재계약 가능성도 낮아진다. 고용이 불안하다는 뜻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노동부는 직접고용을 명령했을 뿐 채용형태를 규정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권한은 고양시가 갖고 있다”며 “이들을 공무직으로 채용할 경우 공정성 논란이 생길 수도 있고, 공무원 신분이어야 행정처분 등을 수행할 수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 “임금은 줄고, 고용불안은 높아져”

노조는 고양시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재 현장직 노동자들은 주 50시간을 일하고 월 2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시간선택제 임기제공무원으로 채용되면 주간 노동시간도 제한돼 급여가 30%가량 감소한다. 고용은 여전히 불안한데 임금마저 감소하니 찬성하기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노조는 노동부에 고양시장을 형사처벌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불법파견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송은석 위원장은 “이전보다 고용이 더 불안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며 “너무 슬프고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송 위원장은 “급여도 줄이고, 1년마다 평가를 통해 재계약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그만두라는 말”이라며 “맡은 일 외의 업무를 시키는 등의 갑질과 고용불안을 못 견뎌 진정을 넣었지만 더 안 좋은 노동조건에서 일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심준형 공인노무사(노노모)는 “상시지속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은 임기 초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던 정부 지침과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심 노무사는 “이들은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고용승계가 보장돼 있었지만 불법파견을 신고해 오히려 나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지자체 최초로 불법파견이 인정됐으나 이러한 불이익을 당한다면 누구도 불법파견 문제를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양지청 관계자는 “당사자 간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고양시 행위가 파견법 위반인지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파견법에는 불법파견 노동자를 어떤 고용형태로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사용사업주(고양시)에 유사 노동자가 있으면 그 노동자 수준으로, 없으면 기존 노동조건보다 저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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