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보다 재산소득 증가가 가팔라지면서 소득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평균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려면 2천만원을 50년간 모아야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저소득층은 지갑을 닫았다.

민주노총 민주노동연구원이 12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11년치(2010~2020)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가구소득 및 재무구조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0년 3천773만원이던 가구 경상소득 평균값은 지난해 5천924만원으로 2천151만원 늘었다. 경상소득 중앙값도 3천만원에서 4천652만원으로 1천652만원 증가했다. 중앙값은 경상소득을 일렬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한 값을 의미한다. 통상 하위 절반(50%)의 소득이 오르면 중앙값도 증가하기 때문에 평균값보다 소득 불균형을 확인하기 용이한 지표다.

2012~2020년 재산소득 12% 늘 때 근로소득 4.6% 늘어
같은 기간 사업소득 16만원 증가, 영업환경 악화 반증

가구소득 증가는 원천에 따라 증가 속도가 달랐다. 2012년부터 작성한 소득원천별 가구소득 추이를 보면 근로소득은 2012년 2천645만원에서 지난해 3천791만원으로 1천146만원 늘었다. 같은 기간 연평균 근로소득 증가율은 4.64%다.

재산소득(11.81%)과 공적이전소득(12.47%)이 근로소득 증가율을 압도한다. 재산소득은 이자소득·배당소득·부당산임대료 같은 재산으로 얻는 소득이고 공적이전소득은 사회보장 법령에 따라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공적연금·양육수당·고용보험 같은 지원금이다. 공적이전소득이 증가한 것은 사회보장 지원금이 소득 재분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문제는 재산소득 증가율이다. 연구진은 “10년간 저금리 상황이나 주식시장 박스권 움직임을 고려하면 재산소득 상당 부분은 부동산임대료 같은 실물자산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격차가 소득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 흐름조차 빨라지고 있다는 경고다.

한편 사업소득 비중은 오히려 감소했다. 2012년 1천135만원이던 사업소득은 지난해 1천151만원으로 불과 16만원 증가했다.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6.8%에서 19.43%로 7.38%포인트 하락했다. 10여년간 자영업자 영업환경이 후퇴했다는 뜻이다.

소비지출 증가율 중앙값 2.3%, 소득 증가율 4.17% 절반
하위 50% 가구 소득 증가 더뎌지자 지출 감축 뚜렷

소득 불평등이 커지면서 하위 50%는 지갑을 닫았다. 2012~2020년 중앙값으로 산출한 소득 증가액은 1천292만원으로, 증가율은 4.18%다. 평균값과 비교하면 증가액은 393만원, 증가율은 0.17%포인트 낮다. 하위 50% 가구 소득 증가가 평균보다 더뎠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소비지출 증가율 중앙값은 2.3%다. 평균값(2.19%)와 비교하면 0.11%포인트 높지만 소득 증가율 중앙값 4.17%와 비교하면 1.87%포인트나 낮다. 연구진은 “하위 50% 가구가 최대한 소비를 자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 불평등이 강화하면서 하위 50% 가구가 지출을 자제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이를 방증한다. 2010년 1월 5억3천994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10억4천299만원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평균소득 가구가 이 돈을 모으려면 2천86만원을 50년간 꼬박 모아야 한다. 하위 50%에게 내 집 마련은 더욱 먼 얘기다. 연구진은 “전체 가구 한가운데 위치한 중앙값 가구라면 연간 1천659만원을 62.9년간 꾸준히 모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자산 불평등은 국민경제 불안 요소, 관리 필요
주택가격 안정화·세제 개편·저소득층 지원

이런 지표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연구진은 “주택가격 급등으로 자산 불평등이 강화했고 공적이전소득 증가로 소득 재분배가 다소 개선했지만 노동소득과 재산소득 불평등은 여전하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문제가 될 요인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위기를 차단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으로 △주택가격 하향 안정화 △자산 및 소득 불평등 개선을 위한 전방위적 세제 개편 △재원을 활용한 극빈층 특화 지원책 구축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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