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강호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연일 보도되는 쿠팡 노동환경에 대한 기사를 보고 있으면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맨몸으로 물류창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갈 때면 물류단지의 높고 거대한 건물들이 주는 위압감에 주눅 들곤 했다. 그곳에서 소위 ‘까대기’라고 불리는 택배 분류 작업을 했다. 하루종일 물건을 나르고, 올리고, 내리고를 쉼 없이 반복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생계 때문에 시작했던 일이지만 오래하면 몸이 다 망가질 것 같아 금방 그만뒀다.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고 장덕준씨의 기사를 보며 근골격계 부담 지침이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됐다. 제도가 있는데도 현장에서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체감하자 뒤늦게 허탈감이 찾아왔다.

검색 포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쿠팡 탈퇴하는 방법’을 묻는 게시물이 등장한 지 오래다.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쿠팡 불매운동(#쿠팡탈퇴)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게시물이 3만건이 넘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동시에 6월 동안 35만명이 쿠팡 애플리케이션을 지웠으며 이용자도 7% 하락했다. 쿠팡 회원들의 탈퇴는 지난달 덕평물류센터 화재사고의 영향이 컸다. 그리고 이는 쿠팡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던 노동환경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죽음, 각종 사건사고, 노동 통제적 운영 방침 등이 대중들의 문제의식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이미 많은 언론보도와 SNS를 통해 알려졌다. 냉방설비 시스템이 없어 선풍기를 여러 대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내부 사진을 촬영할 수 없게 하려고 물류센터 입장시 휴대폰을 강제로 걷어가는 방침이 다시 주목받았다. 일하는 사람들은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한다. 존댓말조차 사용하지 않는 곳에서 노동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청년유니온에서 시행한 <한국형 블랙기업 지표 연구>를 통해 쿠팡을 바라보면 쿠팡은 노동문제의 종합선물세트 같다. 전형적인 한국형 블랙기업으로 보인다. 그런데 노동문제가 노동운동으로 해결되기보다는 쿠팡 불매운동과 같이 소비자 운동으로서 나타나는 이유를 고민해 봐야 한다.

쿠팡 물류센터는 일하는 시간에 따라 7만~12만원의 일급을 지급한다. 임금을 다음날 지급하는 것을 유인책으로 매일 같이 노동자들을 모집한다. 단기 일자리를 통해 쿠팡에 들어온 노동자들은 노동환경에 문제가 있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다. 불만이 있으면 그만두고 다른 곳을 찾아 떠나거나 참으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체계를 갖춰 놓은 것이다. 단기 노동자들에게는 ‘빨리빨리’를 강조하며 성과를 강요하고 책임을 묻는다. 정작 쿠팡은 권한만 휘두르며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은 지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쿠팡 탈퇴운동은 부당한 노동을 경험한 사람들이 노동자로서 해결하지 못했던 것들을 소비자가 돼 불매운동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다.

한편 “우리가 아무리 쿠팡을 탈퇴해도 쿠팡은 변하지 않는다” “쿠팡에서 일하는 사람은 무슨 죄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소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기업은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소비자 운동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쿠팡 불매운동과 같은 소비자 운동만으로는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병행해야 한다. 동시에 파편화한 단기간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이 처한 불공정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도 쿠팡 회원을 탈퇴한다. 소비자로서의 실천과 같은 노동자로서 쿠팡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마음을 담아 탈퇴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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