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지회장 김영일)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고용 의무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금속노조>

대법원이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위아에 사내하청업체 비정규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직접적인 공동작업이 없더라도 원청 생산 계획·일정과 연동해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는 점도 파견 징표로 봤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8일 오전 현대위아의 사내 협력업체 소속 강아무개씨 등 노동자 64명이 현대위아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현대위아가 사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면서 이들을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시켰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 등은 현대위아와 도급계약을 맺은 사내하청업체 소속으로, 평택 1공장과 2공장에서 엔진 조립 등 업무를 담당했다. 이들은 2014년 12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냈다. 파견법(6조의2)에는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계속해서 파견노동자를 사용하거나 파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에서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1·2심은 현대위아가 파견노동자를 2년 초과해 사용했고, 근로자파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것을 인정해 이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는 작업표준서 등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공정에 투입할 부품 및 조립방법 등에 관해 직·간접적으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며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위아가 계획한 전체 엔진생산 일정 등에 연동해 작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현대위아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내협력업체가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금속노조 현대위아비정규직평택지회(지회장 김영일)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위아는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를 사죄하고 부당전보 원상회복과 직접고용의무를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원고를 대리한 김유정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정규직 공정과 직접적인 연동이 없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다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당연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원청이 생산계획을 수립하면 협력업체도 이에 구속돼 생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협력업체가 작업방법, 작업속도, 작업시간 등을 독자적으로 정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번 판결로 비슷한 형태로 업무가 이뤄지는 자동차 부품업체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경총은 “현대위아 협력업체는 인사권 행사 등의 독립성을 갖추고 원청과 분리된 별도의 공정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법파견 결정을 내렸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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