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의 파업, 공단 이사장의 단식농성을 계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사자인 고객센터 노동자를 포함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5회에 걸쳐 관련 쟁점과 해법을 짚어 본다.<편집자>

우리나라에서 다양하고, 민감하며, 방대한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공공기관은 어디일까.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아마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일 것이다. 이름·주민번호·주소·연락처 등의 기본적 개인정보를 비롯해 의료급여 대상자인지, 취약계층인지, 장애인인지 등 내 신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물론 어떠한 직장에 취직했는지, 외국에 체류하고 있는지(예를 들어 출입국 일자와 사유, 대상 국가의 정보) 등의 정보도 수집된다.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에 따라 부과되는 보험료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은 아마도 내 신상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최신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일 것이다.

건강보험료가 개인의 재산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주택·자동차 등 다양한 재산 정보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심지어 차종, 배기량, 연식, 차량가액, 국산·외산 여부, 차량번호 등 상세한 정보들을 수집한다. 물론 진료일자, 투약일수, 주상병 분류기호 등 민감한 의료정보 역시 기록된다. 이처럼 다양하고 민감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양도 방대하다.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삭제되는 통상 개인정보와 달리 사망자 정보를 포함해 영구·준영구적으로 보관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자격 상세내역 개인정보 파일의 경우 현재 6억9천576만7천20명의 개인정보를 ‘영구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이처럼 다양하고 방대한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지만, 민원인 문의에 응대하며 1차적으로 이러한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고객센터 직원이 공단 직원이 아니라 민간 외주업체 소속이라는 점도 놀라운 일이다. 고객센터는 건강보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업무 등 총 1천69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11개 민간업체에 외주화하고 있다. 물론 어떤 기업이 일부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며, 개인정보 처리 역시 외부에 위탁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를 위탁할 경우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준수해야 할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대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고객센터를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 측면에서 효과적인 조치인지 의문이다.

고객센터 업무는 건강보험공단의 핵심적인 업무와 연계돼 있을 뿐만 아니라, 부수적인 업무이거나 외부의 수탁업체가 공단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아니다. 발송업무를 전문 발송업체에 위탁하면서 주소 등의 제한적인 개인정보를 제공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업체를 사용하는 것과 동등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고객센터의 주요 상담 내용은 제도와 행정처리 등 업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요구되며, 법 개정이나 고시·업무지침 변경 등에 따른 빠른 숙지와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 수탁업체는 건강보험에 대한 전문성 없이 노무와 실적관리 역할만 하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늘 다루는 기관은 이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람이 적절한 훈련을 받고 적절한 전문성을 갖추고 자기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고객센터 업무를 직영화한다고 해서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나,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서는 취약한 지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며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핵심 업무인 고객센터를 외주화한 것 자체가 저임금 노동 착취를 위한 것인만큼 이들의 직접고용 요구는 정당하다. 이에 더해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 측면에서 봐도 고객센터 외주화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건보공단이 얼마나 무관심한지 방증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고객센터의 정규직 전환은 정당한 노동권의 보장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정보인권 보호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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