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일반노조와 이아무개 서울대 청소노동자 유가족이 7일 정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일반노조>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노동자 이아무개(59)씨가 쓰러져 숨졌다. 유족은 임금감축안에 고인이 저항한 뒤 청소 검열이 심해졌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일반노조와 유족이 7일 정오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초작업 어려움 토로하자 관리자 “외주화”
“임금삭감 협박” 항의한 뒤 평가·검열 시작

노조와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달 16일 안전관리팀장과 마찰이 있었다. 이날 팀장과 청소노동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잡초 제거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자 안전관리팀장은 평일근무를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5시간으로 주말근무를 한 뒤 남은 인건비로 제초 작업을 외주화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청소노동자들은 주당 44시간 일했다. 평일 닷새간 하루 8시간, 주말에 4시간 근무를 했다. 고인은 안전관리팀장의 말에 “임금 문제는 노조와 합의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임금을 깎는다는 말은 협박”이라고 항의했다.

그 일이 있은 뒤 회사쪽 대응이 바뀌었다. 지난달 21일 학교는 기숙사 행정실장과 부장·팀장으로 청소 상태 검열팀을 구성해 청소 상태를 검열하겠다고 공지했다. 고인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짜리 여학생 기숙사 한 동을 홀로 담당했다. 100리터 쓰레기봉투 6~7개와 음식물·재활용 쓰레기를 매일 처리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가장 힘든 청소구역으로 꼽혔다. 검열팀은 이곳의 청소상태를 집중 점검했다고 한다.

노조는 이달 초에 부임한 안전관리팀장은 매주 수요일마다 청소노동자 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2일 회의에서는 정장이나 단정한 옷을 입고 볼펜과 수첩을 지참할 것을 요구하고, 어기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같은달 9일 회의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시험을 쳤다.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자나 한자로 쓰게 하고, 기숙사 첫 개관연도 등을 물었다. 이를 채점한 뒤 16일 회의에서 점수를 발표하고, 같은날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근무성적 평가서를 도입했다. 노조와 유가족은 이같은 행위가 고인에게 스트레스를 줬다고 봤다.

서울대 관계자는 “모두 청소노동자들 소속감을 고취시키려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필기시험이 아니라 우리가 청소하는 곳이 어디고, 동료는 어디를 담당하는지를 맞추는 퀴즈였다”고 밝혔다. 또 “평일 7시간·주말 5시간 근무안은 민간업체의 업무형태를 이야기한 것이며, 청소 검열은 관리자로서 당연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재공동 조사단 구성, 진상규명 필요”

노조와 유가족은 진상규명과 서울대의 사과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산재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사건을 조사하고, 이씨의 관리자였던 안전관리팀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조와 협의체를 만들고 청소·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가 청소노동자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외면한다는 지적은 매년 나왔다. 2019년 8월에도 서울대 2공학관에서 한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이 발견된 지하 1층 남자 휴게실에는 창문과 에어컨이 없었다. 2020년에도 서울대생활협동조합 소속으로 학생식당을 청소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은 식당 배식시간 이후 청소와 조리도구를 정비하는 시간에 에어컨을 끄고 일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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