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취업자 10명 중 4명은 감정노동 업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난 고객을 응대하는 시간이 하루 업무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자가 600만명을 넘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감정노동자 보호를 규정했지만 휴게시설 설치나 회복프로그램 운영 같은 보호조치를 이행하는 사업장은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7일 내놓은 ‘감정노동 제도화 현상과 개선과제 검토’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지역별 고용구조 조사로 분석한 2019년 전체 취업자는 2천750만명가량이다. 이 중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업 등 감정노동이 이뤄지는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천164만명(42.3%)이다. 취업자 10명 중 4명이 감정노동이 이뤄지는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안전보건공단의 2019년 근로환경조사를 보면 화가 난 고객을 응대하는 시간이 전체 업무시간의 25% 이상인 노동자는 623만명이다. 해당 조사에서 파악한 취업자수(2천680만명가량) 대비 비율은 23.2%다. 취업자 4명 중 1명은 극심한 감정노동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는 감정노동자에게 적절한 휴식과 휴게시간, 치료·심리상담, 고객응대 업무 매뉴얼 제작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연구소가 국회를 통해 공공기관별 산업안전보건법 이행 비율을 받아 살펴봤더니 휴게공간 활용(53.4%), 휴식시간 활용(49.9%), 전담자 배치(49.3%), 건강관리(44.2%) 등으로 이행률이 낮았다. 노조가 있는 민간 사업장(보건의료·사무금융·유통) 조사에서는 안내문 부착(70.8%), 응대 매뉴얼 지침 제공(70.8%) 등의 조치를 하는 사업장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충분한 휴게시설을 제공(9.2%)하거나 회복프로그램(13.8%)을 운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보호조치 비율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감정노동 보호 조치가 확산·정착하기 위해 공공부문에 정부 개입을 높이고, 민간부문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종진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시행 이후 감정노동 보호 조치가 현장에 뿌리내리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부문 정착을 위해 정부 가이드라인 제정 등으로 관리하고, 제도 운용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현황 파악과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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