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열린 쿠팡사태 해결 위한 정부·국회 역할 모색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최근 경기도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쿠팡물류센터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와 국회가 노동자들의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소비자 갑질과 경영구조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간제법 우회하는 쿠팡, 입법적 개선 필요”

노동·시민·사회단체는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혁신인가, 착취인가? 쿠팡사태 해결 위한 정부·국회 역할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변·참여연대·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이 주최했다.

노동자들은 쿠팡이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등 선도적 서비스를 개발하며 유통업계를 장악했지만 그 이면에는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물류혁신이 노동자 착취를 기반으로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정성용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분회장은 “빠른 배송이 노동자들을 쥐어짜는 것으로 가능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는 구조는 불가능하다”며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려면 배송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4만~5만명으로 추정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노동자와 ‘쪼개기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직 노동자는 3개월·9개월·12개월로 계약을 연장하고 2년을 채우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부성과에 따라 선별 전환이 이뤄지고, 재계약이 ‘불발’되면 3개월간 쿠팡물류센터 일용직이나 계약직으로 지원할 수 없다. 매일 합격 여부를 통보받는 일용직은 다시 불러 주지 않을까 봐, 계약직은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 봐 더 많이, 더 빠르게 자발적으로 일하게 하는 구조다.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는 “사내 플랫폼을 통해 노동자들을 일용직으로 뽑아 쓰고 재계약을 거치도록 만드는 ‘단절된 사다리 피라미드’ 구조는 쿠팡이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핵심적인 기제”라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우회·악용하는 부분에 대한 입법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상시·지속업무에도 단기직·계약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ㆎ국회, 사회적 협약 중재해야”

상생협약 필요성도 제기됐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요기요(딜리버히어로 코리아) 등의 플랫폼기업과 서비스연맹·라이더유니온 등 배달종사자 노조는 공정한 계약 원칙, 작업조건과 보상, 안전과 보건, 정보보호와 소통 등 4대 분야의 기본원칙과 세부 실천사항을 정한 플랫폼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종사자 권익 보장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전례가 있다.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실행위원)는 “정부의 행정과 법·제도 정비를 기다리기 전에 플랫폼 거래의 당사자들이 기본적인 거래질서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쿠팡은 사회적 협약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관련 업계의 주체들이 맺은 사회적 협약을 준수하겠다는 공개 서약을 하고 이를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남근 변호사는 “사용자-노동자 관계의 전형적인 교섭관계에 포섭되지 않는, 특수고용직이나 사업자들의 단체가 거래상대방 기업과 거래조건 개선을 위해 집단교섭을 할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나 민생연석회의가 추진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 협약을 쿠팡 같은 플랫폼기업과 사업적 이용자 단체인 전국가맹점주협의회나 외식업중앙회 등도 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의 중재나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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