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마트산업노조
▲ 자료사진 마트산업노조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이 27일 시행한다. 정부는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사업자를 지원해 부당계약을 방지하고, 택배노동자들은 6년간 사업자와 운송 위탁계약을 유지할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택배·배달 등 생활물류서비스가 법적으로 규정됐다는 의미도 있다. 화물차로 물건을 운송하는 택배서비스는 법적 근거가 미비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시행규칙에만 간략히 명시돼 있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이 제정되면서 택배서비스와 이륜차를 이용한 소화물 배송대행서비스는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됐다.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는 배달 플랫폼 노사도 생활물류서비스법 시행에 관심을 두고 있다.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은 지난해 10월 플랫폼 노동자 권익보장을 위해 자율적으로 협약을 체결했다. 사회적 대화 포럼에는 노동계에서 서비스연맹·라이더유니온, 사용자쪽에서 우아한형제들을 포함해 1천500개의 스타트업이 회원으로 가입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참여했다. 사회적 대화 포럼은 현재 상설협의기구로 전환돼 ‘배달서비스협의회’로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배달서비스협의회는 지난달 22일 생활물류서비스법 시행을 앞두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 수신자는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로 보인다. 노사 대화가 노사정 대화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대감을 담았다. 4일 <매일노동뉴스>가 법 시행 이후 택배·배달 노동현장·제도 변화 가능성을 살폈다.

“정책협의회 구성하고 생활물류 쉼터 설치해야”

배달서비스협의회는 노사정 협력을 강조했다. 상시적으로 운영될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 필요성도 제기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에 명시된 정책협의회다.

생활물류서비스법 21조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정책협의회를 국토교통부 안에 둘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배달서비스협의회는 “정책협의회의 구성에 택배서비스업뿐 아니라 소화물배송서비스업 관련 노조·기업·전문가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며 “정책협의회 내에 소화물배송서비스업을 별도 분과로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지난달 2차 사회적 합의문을 도출해 성과를 거둔 ‘택배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합의기구’가 이후 정책협의회 형태로 발전할 공산이 크다. 이 정책협의회 내에 배달분과를 만들어 플랫폼 산업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배달서비스협의회는 특히 실효성 있는 지원책으로 꼽히는 생활물류 쉼터를 조속히 설치하라고 주문했다. 생활물류 쉼터 설치 주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생활물류서비스법 37조)다. 쉼터는 배달노동자와 택배노동자의 휴식·복지공간뿐만 아니라 정비시설을 갖추도록 했다. 안전교육과 노무상담도 할 수 있다.
 

“배달노동자 공제조합, 노사정 함께 설계하자”

공제조합 설립에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자는 제안도 했다. 생활물류서비스법 41조에는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인증 사업자가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제조합은 운송수단 사고로 생긴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다. 공제조합의 사업 범위를 규정한 42조에는 사고로 생긴 배상 책임과 상해 등에 대한 공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고 위험에 노출된 배달노동자 안전을 책임지고 지속 가능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이다.

배달서비스협의회는 입장문에서 “공제사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서는 설립 과정에서 기업뿐 아니라 유관 노조, 전문가의 참여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도 뜻을 함께해 달라”고 강조했다.

배달노동자에게 보험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배달노동자들이 많이 가입하는 유상운용 책임보험은 보험료가 연간 수백만원에 이른다. 높은 보험료에 부담을 느끼는 배달노동자는 보상범위가 좁은 대신 보험료가 적은 상품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고 뒤 보상범위를 넘어서는 수리비 등의 금액을 모두 배달노동자가 부담하는데, 이 금액을 지불하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의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안전과 비용을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공제조합은 사고 이후 배달노동자가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준의 이륜차 종합보험 상품을 마련할 수 있다.

“배민·스파이더·요기요만 참여
쿠팡은 사회적 대화 빠져 있어”

배달서비스협의회는 현재 상설협의기구로 전환해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유관 법률의 제·개정과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 변화에 따라 노사는 협의회에서 의견을 주고받는다. 올해 10월쯤 배달서비스 플랫폼 기업별로 협약을 어떻게 이행했는지 발표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협의회가 포괄하는 배달노동자는 약 7만5천명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산업에서 노사의 자율 협약이 영향력을 가지려면 현재 협의회에 더 많은 플랫폼기업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쿠팡이츠서비스나 최근 퀵서비스를 신설한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대형 플랫폼기업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협의회 참여 주체들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사업자 인증에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생활물류서비스법 17조에 있다.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자는 국토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 인증절차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인증사업자만 사업자 단체를 세울 수 있고, 공제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노사는 공제조합에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인증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협의회는 지난해 맺은 협약과 생활물류서비스법 등이 시행됨에 따라 사업자들이 이행해야 할 의무들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희종 서비스연맹 정책실장은 “사회적 대화 포럼 내에 있는 기업 외에도 쿠팡이츠 등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며 “공제조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들이 공제조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배달서비스협의회는 배달산업 전반에 관한 문제를 논의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만들고 종사자 보호조치 등을 제안한다”며 “국토부나 노동부도 플랫폼 산업과 노동에 관심이 큰 만큼 노사 요구에 적극적으로 답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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