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4명 이하 사업장 소속 기간제 노동자에게도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42민사부(재판장 마은혁)는 법조윤리협의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했던 변호사 오아무개씨가 법조윤리협의회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오씨는 2017년 3월 1년간 근로계약을 맺고 법조윤리협의회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오씨는 이듬해 3월 1년간 재계약을 맺고 계속근무했다. 법조윤리협의회는 2019년 3월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재계약을 거절했다. 오씨는 “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합리적 이유가 없는 갱신거절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조윤리협의회는 “상시 4명 이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오씨에게는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기간제 노동자의 갱신기대권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경우 그 신뢰에 기초해 인정된다”며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규정과 취지·요건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상시 4명 이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며 “오씨에게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2007년 법조윤리협의회 설립 후 기간제 직원들이 스스로 퇴직을 원하지 않는 한 예외 없이 근로계약이 갱신된 점을 비롯해 △근무성적이 우수한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인사규정을 두고 실제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점 △정규직 전환기대권은 갱신기대권의 특별한 유형으로서 기간제 근로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법조윤리협의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기간 만료 후에도 직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오씨에게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며 “법조윤리협의회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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