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노조와 노동·사회단체 연대체인 미디어비정규직공동사업단 ‘방송작가친구들’은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상파 방송 3사는 방송작가 근로감독에 제대로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상파 방송 3사 보도국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진행 중인데, 방송사들이 근로감독 대상자 명단을 늦게 제출하거나 근로자성을 입증할 자료를 없애는 식으로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노조와 미디어비정규직공동사업단 ‘방송작가친구들’은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공동사업단은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응하기 위해 꾸려진 연대체로, 전태일재단·노회찬재단·한국비정규노동센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5월부터 지상파 3사 보도국의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를 포함한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정기 근로감독과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를 동시에 근로감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근로감독 시작 5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방송사의 비협조적 태도로 조사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KBS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이유로 근로감독을 한 지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대상자의 전화번호와 명단을 정부에 제출했다. MBC는 면담 일정과 장소를 사측이 정하는 바람에 조사 일정이 미뤄졌다. 한 방송사에서는 정규직이 방송작가에게 “근로감독으로 작가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무기계약직 계약을 피하기 위해) 2년 안에 해고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한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장은 “단순한 비협조를 넘어서 근로감독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 근로감독은 의미가 큰데도 방송 3사는 단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근로자성을 증빙할 만한 증거와 증언을 은폐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KBS 울산방송국에서는 재직 중인 작가의 책상을 없앤 일이 제보돼 방송작가지부가 KBS 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작가들이 출퇴근 시간과 업무지시 사실을 함구하라고 종용당하거나 부서 내 비상연락망과 제작 스케줄표 등을 폐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제보가 지부에 접수됐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지상파 3사 경영진은 근로감독을 방해, 회피하지 마라”며 노동부에 엄정한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KBS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동의 절차를 거치느라 명단 제공이 늦어졌다”며 “근로감독 업무를 방해하는 일탈행위가 발견될 경우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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