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네이버·카카오 같은 거대 IT기업, 이른바 ‘빅테크’에 금융업 진출 뒷길을 열어 준다는 비판을 받아 온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줄곧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해 온 금융노동자들은 토론회에 앞서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토론회장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1분기만 5천억원 육박한
‘페이머니 보호’ 필요 강조

김병욱 의원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에 찬성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현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이른바 ‘페이머니’ 규모가 커짐에 따라 이를 보호하고 관련 IT기술을 활용한 금융혁신을 독려하려는 취지다.

1분기 기준 네이버·카카오·토스의 페이머니 규모는 4천952억원이다. 증가세는 가파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선불충전금 규모는 2014년 7천800억원에서 2016년 9천100억원으로, 2019년 1조6천700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이미 2조원을 돌파했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그러나 이를 보호하겠다는 윤관석 의원 개정안은 특혜 논란이 거세다. 전자금융업에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신설해 계좌개설과 신용카드 같은 방식의 후불제 대출을 허용한 게 문제다. 일종의 여신업과 신용카드업 진출을 허용한 셈인데, 그러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같은 규제는 받지 않도록 했다. 금융업과 ‘유사’할 뿐 ‘같지는 않다’는 논리다.

“과한 규제시 산업 위축 우려”

이날 토론회는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 주제 발제를 한 정준혁 서울대 교수(법학)는 “간편송금·간편결제와 관련한 이용자 예탁금(선불충전금)이 증가해 보호 제도가 필요하다”며 “현행은 이용자 예탁금에 대한 소유권을 전자금융업자가 보유하고 있어, 전자금융업자 파산 리스크로부터 이용자 예탁금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한 규제는 금물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을 위축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같은 기능이라도 금융시장과 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리스크가 다를 가능성이 있다”며 “기술발전이 금융시장과 소비자 보호에 어떤 리스크를 가져올지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핀테크 기업에 대한 과도한 진입 규제나 건전성 규제는 자칫 새로운 기술의 사업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그간 노동계와 시민사회·학계의 주장과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이다. 지난 2월부터 윤관석 의원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해 온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일한 금융업을 하면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민사회·학계 “동일한 금융업, 동일규제”

박홍배 위원장은 “디지털 시대 이용자 예탁금을 보호하려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또한 금융업에 진출한 빅테크도 금융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특정금융정보법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빅테크 기업에 계좌개설과 후불제 대출을 허용하는 것은 결코 금융혁신이 아니다”며 “디지털 인프라를 독점한 빅테크가 공공성이 강한 금융업까지 진출하면 오랜 세월 지켜온 금산분리 원칙마저 허물어진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정치권의 대안발의를 주문하고 있다. 개정안에서 금융업 우회 진출 논란이 거센 IT기업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지정을 폐지하고 금융업에 진출한 빅테크에 금융규제를 일괄적용하는 내용이 뼈대다.

조만간 대안발의가 예상된다. 이날 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주최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디지털금융을 빙자해 비금융사인 빅테크에 낮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그 자체로 특혜고 기존 금융질서를 위협한다”며 “지난 2월 문제제기 이후 학계·시민사회의 중지를 모은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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