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광주지역빛그린산단노조(위원장 고창운)가 설립됐다. 광주시가 노사상생형 일자리를 위해 만든 빛그린산단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있다. 국내 1호 상생형 일자리에 들어선 첫 노조다. 빛그린산단노조의 등장은 의미심장하다. 광주형 일자리의 출발이 된 ‘노사상생 발전 협정서’에 안정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한 상생노사발전협의회는 나오지만 노조는 나오지 않는다. 노조 출범이 상생형 일자리 성공의 발판이 될까, 아니면 균열의 시작일까.

‘과연 가능할까’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할까’로 바뀐 질문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5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찾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동행취재했다. 박광태 광주글로벌모터스 사장은 “광주에서 상생하는 자동차공장을 건설하자고 합의해 2019년 허허벌판 위에서 착공식을 했다”며 “492일이 지난 지금 시험생산을 하는 기적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각 고충이 있는 노사가 서로 상생한다는 것이 사실 논리적으로 이해 가지 않는 명제지만 우리는 실천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노동자의 권리는 결코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며 “대한민국의 최초 상생형 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성공해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동자는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시간을 보장받고 회사는 협력업체와 동반성장하면서 지방정부는 이를 위해 주거와 교육·의료 등 복지를 책임지는 노사상생형 일자리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 ‘과연 그런 게 가능하냐’는 질문은 이제 무의미하다. 공장은 만들어졌고 노동자들은 완성차를 만들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이제 노사상생 일자리가 지속가능할 것이냐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섰다.

신입사원 수습기간 끝나자마자 결성된 빛그린산단노조
격차 줄이는 ‘초기업 노사관계’ 모델 될까

지난 8일 광주글로벌모터스 노동자들이 광주 광산구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냈다. 바로 전날인 7일 수습기간을 마친 신입 노동자들이 주축이 됐다. 93년생인 고창운 노조 위원장은 이른바 ‘MZ세대’다. 그는 여수의 석유화학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다가 선회해 광주글로벌모터스로 왔다.

“광주에 정말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요. 기아자동차나 오비맥주 정도만 겨우 꼽을 정도로요. 그만큼 소중한 일자리이기 때문에 잘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노조를 결성한 겁니다.”

빛그린산단노조 조합원은 현재까지는 광주글로벌모터스 소속 노동자뿐이다. 산단에 입주한 기업이 아직은 광주글로벌모터스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빛그린산단노조’를 이름으로 내걸고 처음부터 초기업노조로 출발하는 데 의미가 있다.

고 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가진 고유한 성격을 제대로 집행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 투자가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원·하청 상생 같은 ‘격차 해소’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광주형 일자리가 현대차 투자모델로 바뀌면서 원·하청 상생보다는 기업 내 노사상생 모델로 변형되고, 초점도 이를 수행하는 노사상생발전협의회로 옮겨졌다. 빛그린산단노조는 이런 광주형 일자리의 애초 취지인 ‘초기업적 노사관계를 통한 격차해소’ 의제를 다시 꺼낸다는 의미가 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 설계 당시 개별 기업 노사관계를 넘어서는 포괄적 노사관계를 구상했고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초기업노조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한국 사회에 낯선 ‘산단노조’라는 형태는 빠르게 확산되는 상생형 일자리 노사관계의 새로운 전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광주글로벌모터스
▲ 광주글로벌모터스

적정임금 누가 정하나?
약속한 공동복지 프로그램은 어디에?

현대자동차가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은 적정 노동시간과 적정 임금을 노사민정협의회에서 담보한다는 점이었다. 협정서에는 ‘주 44시간 근무기준 평균 초임을 3천500만원으로 하되, 직무·직능급을 설정하고 경영실적과 연동한 합리적 성과배분 기준을 마련한 선진임금체계를 외부 전문가와 연계한 연구용역을 통해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두고 금속노조와 노조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는 “노동권 없는 반값 임금 일자리”라고 비판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적정임금은 누가 정하게 될까. 광주형 일자리 합의 당사자인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은 “협정서에 따르면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외부 전문가의 연구용역으로 마련한 선진임금체계를 광주글로벌모터스 노사에 제시하도록 돼 있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노사’에서 ‘노’는 빛그린산단노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노사협의회 성격인 상생협의회는 복지와 고충처리 등의 역할을 맡도록 돼 있다.

또 빛그린산단노조는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임금체계를 마련하는 논의 단계부터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공산이 크다. 빛그린산단 내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한 적정임금을 만드는 역할도 빛그린산단노조 몫이다.

하지만 현재 임금체계를 설계할 연구용역은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연구용역은 앞으로 만들어질 ‘광주상생일자리재단’이 맡을 예정인데, 지난달 30일 행정안전부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설립 근거를 담은 조례가 만들어지고 의회도 통과해야 설립이 본격화된다. 지금 속도로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만드는 경형 SUV가 양산되는 시점인 올해 9월까지 재단은 설립되기 어렵다.

주거와 교육·의료 같은 공동복지 프로그램도 진행 속도가 더디다.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 임금을 주는 대신 주거와 의료·교육에 들어가는 비용부담을 지방정부가 복지를 통해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올해 완공 예정인 어린이집과 이제 착공에 들어간 체육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계획이 불투명하다. 특히 주거문제가 심각하다. 애초 광주시는 행복주택과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을 약속했지만 현재 계획은 2025년 이후에나 착공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주거비용 지원 명목으로 연 197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윤종해 의장은 “정부와 광주시가 의료와 주거 복지를 약속했는데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주거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장은 이날 사측에 “빛그린산단노조가 앞으로 노사상생발전협약 이행에 주안점을 두고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돼야 상생형 일자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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