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주최로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제10회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6월16일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가사노동자협약(189호)을 채택한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이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잇따랐다. 올해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의미가 컸다.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지 68년 만에 가사노동자가 처음으로 노동자로 인정받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한국가사노동자협회와 한국YWCA연합회, 한국노총,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이수진·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가사노동자법 제정 및 ILO 협약 채택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공익적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육성 논의, 어디로?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가사근로자법은 내년 6월 시행된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정부가 인증하고, 인증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에게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최영미 가사노동자협회장은 “더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고용될 수 있도록 제공기관을 확대·육성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의원입법안에 있던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이 삭제된 점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입법 과정에서 공식 가사서비스 시장 마련을 위한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방안이 논의됐으나 국회를 통과한 제정안에는 이런 내용은 사라지고 제공기관에 대한 조세 감면으로 마무리됐다. 시장형 가사서비스업체가 95%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을 통한 우위를 점할 경우 공공 성격을 가진 5% 정도의 제공기관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호출형 근로가 지배적인 가사서비스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플랫폼 거래 방식으로 제공됐음에도 노동자 보호 경로는 역설적이게 사용-종속 관계를 분명히 하는 전통적인 규제 방식을 택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돌봄노동 분야에서 노동자성이 인정된 것과 달리 가정 내 청소·세탁·요리서비스는 가장 오랫동안 비공식 노동으로 남아 있었는데 가사근로자법을 통해 그 가치를 공식화하고 평가·측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무엇보다 입주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1주 최소근로시간을 15시간 이상으로 정해 사회보험 적용과 노동자로서 사회적 보호를 확대한 점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근기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존치
급성장 온라인 플랫폼에 사용자 의무 완화

최근 급성장하는 플랫폼을 통한 가사서비스 중개방식에 대한 대응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가사근로자법 적용 대상은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가사서비스 제공 법인기관에 소속된 노동자다. 노동부 인증을 받지 않은 비법인 기관이나 센터, 특히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가사근로자법 제정에도 근기법 11조1항에서 ‘가사 사용인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은 여전히 살아 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플랫폼을 통한 가사서비스 중개방식은 이용자-노동자 간 직거래 형태로, 기존 플랫폼노동과도 차이가 나고 직업소개를 통한 전통적인 방식과도 달라 공백이 생겼다”며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가사노동자를 직접고용해 노동관계법의 제반의무를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가사플랫폼 기업들에 노동법상 일부 책임을 완화해 주는 혜택을 주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가정관리사협회와 한국여성노동자회, 서울시여성노동자회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플랫폼 가사노동자 357명을 조사해 분석한 플랫폼 가사노동자 노동실태가 공개됐다.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104만8천원으로 평균 시급은 1만49원 수준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8천590원보다 높지만, 서울지역 물가를 반영한 서울시 생활임금(1만523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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