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계약직으로 수 년을 전전하며 고용불안에 시달렸고 근무 조건은 해가 갈수록 악화합니다. 근속연수를 인정해 주지 않으니 매해 사기가 저하됩니다.”

임승미씨는 인천광역시 송도 종합관광안내소에서 인천관광안내사로 17년째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임금은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다. 수당으로 받는 식대 10만원 말고는 복지랄 게 없다. 지난 6년 동안 소속 업체는 4번 바뀌었고, 근로계약만 8번 작성했다. 1년 단위 계약이 보통이지만, 아웃소싱 업체를 구하는 과정이 늦어지면 10일이나 31일 단위로 연장계약을 해 왔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관광안내사지회장인 그를 포함한 동료 23명이 15일 첫 단체행동에 나선 이유다.

지회는 이날 오전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는 즉각 민간위탁 폐해를 직시하고 관광안내사들을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원청인 인천시가 관광안내사와 대화에 나서기 전까지 파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지회를 결성하고 교섭에 나선 지 3개월 만이다.

인천관광안내사로 일하는 노동자는 27명으로 이 중 23명이 지회에 가입했다. 인천시가 인천광역시관광협의회에 업무를 위탁했고 관광협의회는 안내사들과 1년 단위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안내사들은 인천역·송도·인천공항을 포함해 10개 거점지역에 흩어져 일한다.

최근 노동자들의 고용환경은 더욱 악화했다. 올해 초 회사는 노동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일하는 관광안내소 분위기 조성’을 하겠다며 폐쇄회로(CC)TV를 확대 설치했다. S(5명)·A(6명)·B(7명)·C(6명)·D(3명)로 이어지는 업무평가 등급에 따라 최대 22만원에서 최소 0원의 성과급을 가져가는 경쟁시스템을 도입했다.

장혜원 안내사는 “인천관광안내사로 일해 왔던 8년의 순간을 모두 빼앗기고 짓밟힌 느낌”이라며 “인천을 위해 일해 온 관광안내사들을 대우해 주지는 못할망정 블로그 운영이 서툴다는 등 갖은 이유를 붙여 낮은 등급을 줘 신입 안내사들보다 못한 월급을 받게 했다”며 울먹였다.

지회는 4월12일 1차 실무교섭을 시작으로 8차례 사측과 만나 기본급 인상·교통비 신설·식대 인상·명절상여금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인천광역시관광협의회는 “예산이 추가 소요되는 임금인상 요구는 수용 불가하다”고 맞서 교섭이 결렬됐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4일 쟁의조정을 중지했다.

인천시청 관계자는 “관광안내사들의 고용불안을 인지하고 있지만 직접고용 여부는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노조의 요구안 대로면 임금 상승폭이 커 예산에 모두 반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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