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노동자 숙련도와 기업 규모에 따라 격차를 심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3일 해외경제 포커스를 발간하고 디지털 전환이 생산성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스마트 팩토리와 디지털 노동플랫폼, 스마트 물류, 스마트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기존의 저숙련·반복업무 노동자뿐 아니라 중숙련 노동자의 실업 위기도 강화하고 이를 회복하는 기간이 10년에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 영역이 확장하면서 사무·기계조작·조립 같은 직업에서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인간만이 수행 가능했던 일자리가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기술혁신을 거쳐 자동화 영역으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이 결과 미국에서는 향후 20년 내 일자리의 47%가 소멸할 위협에 놓일 전망이다. 빅데이터 접근성을 고려해 702개 직종의 자동화 가능성을 평가한 결과다. 경영·재무, 컴퓨터·과학, 교육·법·예술, 헬스케어, 기타서비스, 영업·판매, 사무행정, 농림어업, 건설·광업, 유지보수, 생산, 교통·물류 같은 일자리가 소멸 위협 일자리에 포함됐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다른 일자리에 재배치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의 평균 직업교육 기간은 다른 분야의 2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자동화 고위험군 노동자를 저위험군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매년 GDP의 1~5% 비용을 소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직업훈련에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뿐 아니라 교육 이수를 위해 노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회비용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디지털 전환으로 생산성이 오르면서 총고용은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생산성 제고는 시차를 두고 해당 기업의 생산량 확대를 통해 전후방 연관기업의 고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제품가격이 내리거나 임금이 올라 가계 실질소득이 증대하면서 경제 전체의 고용 확대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1978~2017년 사이 노동자 1천명당 로봇 1대가 증가할 때 고용이 2.2% 증가했다. 스페인도 1998~2016년 사이 로봇 도입 기업의 고용은 50% 증가한 반면 미도입 기업의 고용은 20% 감소했다. 보고서는 또 “독일은 1994~2014년 사이 산업용 로봇 도입이 제조업 일자리를 감소시켰지만 기업투자가 확대해 서비스업 고용이 늘어 총고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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