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ㄱ씨는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자 회사에 신고했다. 그 뒤 업무에서 배제되고 동료들은 ㄱ씨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ㄱ씨는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이메일로 접수된 제보 1천14건 중 성폭행·성추행·성희롱 등 직장내 성범죄 제보가 79건으로 7.8%를 차지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단체가 출범한 2017년 11월부터 3년간 전체 제보 1만101건 중 직장내 성범죄 제보가 486건(4.8%)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직장내 성범죄 제보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정작 직장내 성범죄 피해자들은 집단 따돌림, 업무 배제, 인사상 불이익 같은 2차 가해를 우려해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성범죄를 신고한 뒤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ㄴ씨를 비롯한 여직원들은 상사로부터 “속옷을 입지 말라”는 식의 성희롱을 일상적으로 경험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접수된 뒤 징계를 받은 상사는 직원들을 험담하고 업무적으로 괴롭혔다고 한다.

회사 차원에서 직장내 성범죄에 대응해야 하지만 오히려 신고자를 회유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보고한 ㄷ씨는 “바쁜 시기인데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느냐”는 답을 들었다. 결국 상사는 대기발령됐지만 업무상 부담이 생기자 부서장은 직원들에게 면박을 주고 야근을 시켰다고 한다. ㄷ씨는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받고 프로젝트에서 하차했다.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직장내 성범죄를 신고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신입사원 ㄹ씨는 노래방 회식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부장은 ㄹ씨를 옆자리에 앉힌 뒤 손을 잡고 허리를 더듬었다. ㄹ씨가 소리를 지르자 술에 취해서 그랬다고 발뺌했다. 부장은 얼마 뒤 사과했지만 반성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ㄹ씨는 매일 부장을 사무실에서 마주하고 있다. 아직 수습 중인데 인사상 보복을 입을 수 있어 신고하기가 두렵다고 한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직장내 성희롱이 방치되는 업무 환경은 직접적 피해자뿐 아니라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위협적”이라며 “사용자는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내 성희롱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사업주가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