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9명이 목숨을 잃고 8명은 크게 다쳤다. 건설노조는 10일 성명을 내고 “철거 현장이라고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다”며 “부동산 공급 물량 확대와 ‘속도전’을 유발하는 재하도급 관행, 부실한 관리감독이 사고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는 건물 철거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 도로와 인도, 버스정류장이 인접한 곳에서 건물 철거작업이 이뤄졌지만 도로 통제도, 임시정류장 이전도 없었다. 철거계획서도 무시됐다. 고층이 아니라 저층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됐고, 가림막 하나만 세운 채 철거가 진행됐다. 버스를 타고 그 앞을 지나던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었다. 노조는 “2년 전인 2019년 7월4일 서울 잠원동에서 발생한 5층 건물 붕괴사고와 너무나 닮았다”며 “참사를 부르는 구조적인 원인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건물 철거는 돌 따위를 부수는 장치인 크래셔(Crusher)를 굴삭기에 장착해서 진행한다.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중심이다. 안정적인 작업공간을 확보하지 않고 폐기물 잔재 위에서 작업을 하다가 넘어지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잠원동 붕괴사고로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뒤 건축물관리법이 만들어져 지난해 5월 시행됐다. 노후 건축물 해체공사시 안전 확보 조치 등을 담았지만 법 시행 1년 만에 참사는 되풀이됐다. 전국 곳곳의 철거현장에서 속도를 다투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한수 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부동산 공급 물량이 늘면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철거작업이 많아지고 안전대책을 면밀하게 마련하지 못하면 이번 사고는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주 학동 붕괴사고 현장에서 불과 4킬로미터 떨어진 계림동에서는 지난 4월4일 건물 철거현장에 지붕이 무너지는 바람에 건설노동자 2명이 숨지고 2명은 크게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주택보급률이 107%인 광주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사업만 46건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학동4구역은 현대산업개발이 29층 아파트 19개동(2천314세대)을 지을 예정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재하도급 근절과 적정 공사기간 보장, 철저한 관리감독을 위해서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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