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지난 6일 쿠팡물류센터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노조설립을 보도한 기사를 읽다 보니 연합뉴스에 쿠팡 관계자가 한 말이 실려 있다. “쿠팡은 택배·물류업계의 근로환경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교섭 요청이 있으면 그런 기존 원칙에 따라 성실히 임할 것”이라는 말이다. 쿠팡물류센터는 온라인 쇼핑몰의 선두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다음으로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니 쿠팡의 노동조건이 다른 물류센터 노동조건을 선도한다는 말은 맞을 것이다. 그런데 1년에 6명이 과로와 유해물질로 사망하고 한해에 224건의 산재가 승인되는 쿠팡물류센터가, 점차 성장하는 물류산업의 노동 기준이 되는 것은 정말로 끔찍한 일이다.

특히 고용형태가 문제다. 쿠팡물류센터가 비정규직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되자, 쿠팡은 올해 1월20일 쿠팡 뉴스룸을 통해 “물류센터 내 물류업무 종사자 100% 모두 직고용하고, 모든 단기직 직원에게 지속적인 상시직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대다수를 일용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이 함정이다. 쿠펀치라는 어플을 통해 매일 일용직을 ‘선별’ 채용하는 것이다. 쿠팡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상시직을 제안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을 제안한다. 3개월·9개월·12개월 쪼개기 계약을 하고, 이렇게 2년을 다 채운 노동자 중에서 극히 일부만 ‘선별적으로’ 무기계약직을 시켜 준다.

쿠팡물류센터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같은 로켓배송으로 하루 24시간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상시업무를 하고 있다. 이 노동자에게 상시직을 제안하려면 쪼개기 계약이 아니라 정규직을 제안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쿠팡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현장 노동자들은 “쿠팡이 재계약을 빌미로 노동자들을 통제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빨리 빨리”를 외치는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혹시라도 손이 느리면 재계약이 안 될까 걱정해 무리하게 일한다. 혹시라도 회사의 업무에 불만을 제기하면 재계약이 안 될까봐 침묵한다. 인권침해, 과로사와 산재 다발, 냉난방도 안 되는 현장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해 5월 쿠팡 부천신선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3개월 계약직이었던 노동자 대다수가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 다시 9개월 계약을 체결했다. 쿠팡이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셀 때였으니, 자가격리 등으로 고통을 당한 노동자들을 함부로 계약해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산재 요양 중인데도 재계약을 거부당한 노동자가 두 명 있다. 이 노동자들이 쿠팡 방역의 문제점이나 회사 내의 여러 문제에 대해 사회에 알리고, 불만을 제기했다는 것이 재계약 거부의 주요 사유였다. 성희롱을 알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하거나 재계약이 되지 않은 노동자도 있다. 쪼개기 계약을 통한 선별적 재계약이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방안임을 잘 보여주는 사안이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법적 대응을 시작하자, 쿠팡은 지난 4월 취업규칙을 바꿔 회사의 ‘계약갱신 거절 권한’을 명문화했다. 변경된 취업규칙 자료를 노동자 개별에게 제공하지 않고, 파워포인트로 설명한 후 취업규칙 변경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가 이 서명을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쿠팡의 이 취업규칙은 개인이 귀책사유가 없는 한 함부로 해고할 수 없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해 회사에 일방적 해고 권한을 부여했다. 또한 임시·간헐적 업무에 기간제를 사용하되 2년 후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전환하게 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편법적으로 활용해서 통제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런 고용형태를 방치해 둔 고용노동부도 문제다.

다수가 일용직과 계약직이라서 고용이 불안하지만,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용기를 내 노동조합을 세웠다. 쿠팡물류센터 현장을 바꾸려면 노동조합이 튼튼하게 서야 한다. 그 중에서도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꾸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그 전에 지금의 일용직 선별 채용이나 쿠팡 사측의 일방적인 재계약 권한이 노조탄압 수단이 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노동부는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재계약 거부는 부당해고로 규정하고,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문제를 밝히고 시정하도록 해야 한다.

쿠팡물류센터에 노조가 세워진 후 이를 응원하고 연대하겠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많은 시민들이 쿠팡물류센터의 변화를 원하며 쿠팡을 감시하고 있다. 쿠팡은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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