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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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적응장애에 걸린 40대 노동자가 산재를 인정받았다.

9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의 천문관측 용역업체 소속이었던 임아무개(45)씨가 낸 요양급여 신청이 최근 받아들여졌다.

임씨는 2013년 4월1일부터 천문연구원 기간제 신분으로 1년간 천문관측장비 운영 같은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해당 업무가 외주화되면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신분이 변경됐다. 임씨는 7년간의 비정규직 근무를 통한 차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겪은 사측과의 갈등, 정규직 전환심사에서의 부당한 탈락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적응장애가 발병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임씨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질병과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정규직 전환 협의가 진행됐고, 전환심사 결과 서류전형과 필기전형에서 합격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볼 때 임씨가 정규직 전환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면접에서 탈락했고 이의신청에도 최종탈락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특히 전환심사 결과에 따라 실직 상태가 될 수 있을 만큼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던 점, 고용상 지위가 불안한 상태에서 적응장애를 진단받은 점을 감안했다. 이에 따라 적응장애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임씨는 정규직 전환에서 한 번 탈락한 뒤 공개경쟁 채용을 거쳐 지난해 1월 연구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기존 업무에서 배제됐고 임금은 오히려 삭감됐다. 임씨는 차별적인 근로계약서 서명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해고됐다.

임씨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지난해 11월 부당해고가 인정됐다.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소명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연구원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올해 2월 기각됐다.

연구원은 임씨를 복직시키는 대신 대전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임씨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랫동안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열심히 일을 했다”며 “산재까지 안았지만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여전히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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