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교통공사노조

서울교통공사가 근무제도 변경과 일부 직종 노동자를 자회사·외부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1천971명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최근 노조에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조정 인원은 공사 정원(1만6천488명)의 12% 규모다.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 해소를 요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뜻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은 2008년 서울시장 시절 서울지하철 인력을 10%가량 구조조정하고 업무를 외주화했다. 2016년 구의역 김군의 죽음을 부른 스크린도어 수리업무도 당시 외주화됐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노동자가 재외주화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안전업무 외주화 논란”

9일 서울교통공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교통공사는 2021년 임금·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2차 본교섭 자리에서 ‘2021년 임금 및 단체협약 공사안건’이란 이름으로 인력 구조조정안을 제안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안은 공사가 지난 3일 서울시 행정1부시장에 보고한 뒤 한 차례 수정·보완을 거쳐 다음날 오세훈 시장에게 보고됐다.

사측이 제안한 안에는 근무제도 개선과 업무효율화 명목으로 1천108명을 감축하고, 차량기동반·기지기계관리 등 10개 업무를 ‘비핵심 업무’로 분류해 자회사 위탁(347명)·외부전문기관 위탁(84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시가 2003년 심야 연장운행(자정~오전 1시)을 도입하면서 충원됐던 인력 431명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상시·지속·안전·생명 업무는 정규직화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후퇴 조짐도 보인다. 자회사와 외부전문기관 위탁 대상으로 선정된 이들 중 구내식당(45명)·구내운전(90명)·후생지원(25명) 등은 2018년 3월 고 박원순 시장의 선제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정규직 전환된 이들이다. 이들 노동자는 3년 만에 전환 정책 전 본래 상태보다 처우가 나쁜 간접고용 노동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차량기동반(101명)은 차량이 운행 중 고장나면 이를 수리하는 안전업무인데도 자회사 위탁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달 구의역 김군 5주기에 사고 현장을 찾아 헌화했던 오세훈 시장 행보를 감안하면 당황스러운 조치다. 2016년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로 지목됐고, 그 후 스크린도어 노동자는 직접고용됐다. 이후 사고는 잦아들었다.

강호원 서울교통공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열차 운영·안전 문제는 전혀 검토되지 않은 듯하다”며 “기관사의 경우 야간 숙박근무를 비숙박으로 돌린다는 것인데 마지막 차량 운행 후 퇴근하고, 첫차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일은 1~8호선의 차량 기지가 끝에 위치한 상황에서 바꾸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음만 먹으면 재외주화 가능한
정규직 전환 노동자 … 막을 방법 필요”

서울교통공사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공사 재정적자의 근본원인은 PSO(공익서비스의무)·환승비용, 코로나19로 인한 수입급감, 요금동결 탓인데 서울시가 이를 외면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기준 서울교통공사 당기순손실은 1조1천137억원인데 이 중 무임수송과 서울시 버스 환승·할인, 코로나19로 인한 운송수입 감소 비용만 5천억원에 이른다.

김판규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 홍보실장은 “적자 원인을 직원에게 전가하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며 “국회는 PSO 비용보존에 대한 법제화 요구도 듣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는 경기도·인천 등 다른 지자체가 보존해 주는 손실비용도 보존 않고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PSO 정책의 일환으로 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등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공사에 손실비용을 보존하지는 않는다. 서울시도 버스 환승비용을 공사에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호원 수석부위원장은 “인력만 줄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PSO 등 중앙정부·서울시 정책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니 적자원인을 밝히고,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공사가 사용한) 비핵심업무의 민간위탁 전환이라는 표현은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가 사용하던 것으로 10년 전으로 회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은 정책에 의해 시행됐지만 이번 사례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철학과 지향에 따라 노동정책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여실히 확인됐다”며 “전환 노동자가 다시 외주화하지 않도록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 고용유지 지표를 더욱 강하게 반영한다거나, 법률과 조례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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