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보안용 폐쇄회로TV(CCTV) 수집정보를 활용해 근태불량으로 특정 노동자를 징계했다면 개인정보 보호법에 저촉될까.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 경비 자회사가 소속 노동자 근무태도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CCTV를 돌려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CTV 수집정보의 촬영시간과 다른 정보를 대조해 노동자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간접 감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은 3월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새벽 3시께 한빛원자력본부 한빛 보안경비대 소속 보안노동자 조아무개씨는 정해진 근무장소인 망루를 이탈해 열 발자국가량 떨어진 컨테이너에서 휴식을 취하다 순찰을 돌던 회사 관계자에게 적발됐다. 조씨는 한국수력원자력 경비 자회사인 씨큐텍주식회사 소속 노동자다. 그는 이후 근무지 이탈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CCTV 돌려 봤더니 근무 제대로 하지 않았더라”

문제는 이 과정에서 씨큐텍 담당자가 CCTV를 되감기해 근무지 이탈 여부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조씨는 “4월8일과 14일 두 차례 도합 10시간 정도 감사를 받으면서 회사쪽은 ‘CCTV를 돌려봤더니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더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씨큐텍 관계자 역시 <매일노동뉴스> 통화에서 “탐조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CCTV를 봤다”고 말했다.

해당 CCTV는 한빛원자력의 외곽 보안을 위해 설치된 90여대 중 하나다. CCTV를 설치한 각도에서 조씨 모습이 직접 촬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진 시간에 보안 탐조등을 조작하면 불빛이 CCTV에 촬영돼 간접적으로 탐조등 조작 여부와 근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조씨 근무 상태를 찍은 CCTV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는 해석이 있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개인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며 “영상에 직접 찍히지 않아도 누군지 특정할 수 있다면 개인정보”라고 설명했다.

한빛원자력은 국가보안시설이다. 보안 목적의 CCTV 설치는 불법은 아니다. 보안 목적으로 CCTV를 상황실에서 들여다보는 것도 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수집한 영상정보를 다른 정보와 결합해 근무지 이탈 여부를 확인한 행위는 개인정보의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외부인 침입 등을 감시하기 위한 CCTV라면 활용도 그 목적으로만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이를 활용해 노동자를 징계하는 것은 목적 외 사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자회사, 방호시설 확인한다며 받은 영상 징계자료로 활용

그러나 씨큐텍은 한빛원자력발전소를 운용하는 한빛원자력에 CCTV 열람 요청을 하면서도 “방호시설(탐조등) 작동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탐조등 작동 여부를 보겠다면서 실제로는 노동자의 근무태도를 확인한 셈이다.

씨큐텍은 CCTV 촬영 고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씨는 “11년간 근무하면서 촬영 사실에 대한 고지나 개인정보 제공 동의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근무지 이탈에 대한 징계는 달게 받겠지만, 이 과정에서 노동자 감시를 위해 CCTV를 돌려 보는 게 불법이라는 점은 명확히 밝혔으면 한다”고 전했다.

노동계는 특수경비 직군에서 이런 관행이 만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전국보안방재노조 위원장은 “국가보안시설을 방호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노사 모두 CCTV를 열람해 노동자의 근무태도를 감시하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보안사고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를 상시 감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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