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파쇄기에 몸이 끼여 숨진 고 김재순(사망당시 25세)씨 사건과 관련해 박상종 조선우드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고인에게도 상당한 과실이 있고, 박 대표가 공탁금을 냈다는 이유로 감형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은 김씨의 과실을 인정한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며 검찰에 항소를 요구하는 탄원을 했다.

2일 금속노조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광주지법은 박 대표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해 지난달 28일 징역 1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파쇄기를 정지시키지 않고 일하다 사고가 난 데에 고인에게도 상당한 과실이 있다고 봤다. 형을 줄여 준 결정적 사유다. 박 대표가 고인의 부모에게 각각 2천500만원씩 모두 5천만원을 공탁한 점도 감경요소라고 판단했다. 광주지법은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한 안전·보건조치의무위반치사 범죄 양형 기준 중 기본영역(징역 6월~1년6월)을 적용했다. 최대 1년6월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1년을 택했다. 감경요소를 인정하지 않고 가중영역(10월~3년6월)으로 판단했으면 형이 더 무거워질 수도 있었다.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 3월 금액을 공탁하면 형량을 줄여주던 관행을 폐지하는 양형기준을 의결한 바 있다. 기본영역 권고형량은 ‘1년~2년6월’로, 가중영역은 ‘2년~5년’으로 높였다. 7월1일부터 시행한다. 항소심 재판에서 새로운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박 대표의 형량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고인의 과실이 있었는지도 논란이다. 유족과 대책위는 김씨가 사업주 지시와 관행에 따라 일했기 때문에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인의 아버지 김선양씨는 지난 1일 검찰에 “판결은 부당하다”며 “살인기업주 박상종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받고 돈보다 노동자 목숨이 우선임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탄원서를 냈다. 항소해 달라는 취지다.

권오산 광주전남본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은 “노동자 목숨을 앗아 가는 사업주는 엄벌한다는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대법원 양형위의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2심 판결이 나와야 한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낮은 형량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검찰은 항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