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승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상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15. 선고 2019가합538253 판결

1. 사건 개요

(1) 현대해상화재보험은 2003년부터 15년 이상 해마다 노사합의를 통해서든 내부결재를 통해서든 미리 경영성과급 지급기준, 즉 당기순이익에 따른 지급률을 정했다. 해당 사업연도의 결산 결과 당기순이익이 그 지급기준의 최소기준을 충족하면 예외 없이 경영성과급을 지급했다.

(2) 그러나 현대해상화재보험은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 은혜적·포상적으로 지급되었을 뿐이고, 회사가 그 지급여부 및 지급률을 결정하므로 임금성을 부정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경영성과급을 제외하고 연간 임금총액을 산정한 후, 이를 토대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부담금을 납입했다.

(3) 나아가 회사는 2018년 노사합의 없이 종전의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을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했다.

(4) 이에 현대해상화재보험 근로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① 이 사건 경영성과급을 평균임금에 포함시켜 재산정한 퇴직연금 부담금 차액을 청구하는 한편, ② 회사가 일방적으로 변경하기 전의 지급기준에 따른 경영성과급 차액을 청구했다

2. 대상판결 요지

가.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인정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점을 들어 이 사건 경영성과급은 노동관행 등에 의해 사용자에게 그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첫째, 이 사건 경영성과급은 2007년부터 12년 이상 매년 한 차례씩 지급되는 것이 관례화돼 있으므로 이를 우발적·일시적 급여라고 할 수 없다.

둘째, 미리 정해진 지급기준에 맞는 경영실적을 달성했다면 회사로서도 그 실적에 따른 경영성과급 지급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피고는 매년 당기순이익이 미리 정해진 지급기준에 해당하면 그에 따른 경영성과급을 예외 없이 지급해 왔으므로, 이를 은혜적인 급부라고 보기 어렵다.

셋째, 평균임금은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산정하는 것을 그 기본원리로 하는 것으로서 통상임금과는 구별된다. 이러한 평균임금을 그 사전의 기초로 하는 퇴직금 제도는 직급·호봉 등에 따른 근로자의 통상의 생활을 종전과 같이 보장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피고 회사에 입사하는 직원들이나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로서는 이 사건 경영성과급의 지급을 전제로 해 통상적인 생활을 계획하고 영위했을 것으로 보이는 바, 이 사건 경영성과급은 실질적으로 피고 직원들의 생활임금으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

넷째, 사용자가 근로자 집단에 대해 회사의 목표나 성과 달성을 위한 근로동기 의욕을 고취하고 장려하기 위해 집단적인 성과급을 지급했다면, 이는 협업의 질까지 포함해 회사가 요구하는 근로의 질을 높인 것에 대한 대가로도 볼 수 있으므로, 경영실적에 기초해 지급됐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경영성과급이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섯째, 피고가 매년 전년도와 동일한 지급기준에 의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관례가 형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매년 한 차례씩 경영실적에 따라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관례가 형성돼 그에 관한 묵시적 합의가 이뤄졌거나 노동관행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다.

나. 경영성과급 차액 청구는 부정

대상판결은 변경 전 지급기준에 따른 경영성과급 차액청구는 다음과 같은 논거로 배척했다.

첫째, 피고가 해마다 마련한 각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은 해당 연도에 국한된 지급기준을 정한 것이어서 이것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둘째, 매년 정해진 각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에는 “**년도 경영성과급은 당해 연도에 한해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매년 한 차례씩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관해 노동관행이 성립했다 하더라도, 여기에서 나아가 매년 전년도와 동일한 지급기준에 의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관해서까지 노동관행이 성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퇴직연금 부담금 차액청구 인정

대상판결은 이 사건 경영성과급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위 경영성과급을 연간 임금총액에 포함시켜 재산정한 퇴직연금 부담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납입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가.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인정

대상판결은 사기업에서 지급된 경영성과급 역시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존재한다.

2018년 공공기관에서 지급된 경영평가성과급이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한다는 2개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이후, 해당 판결 취지가 사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6157 판결, 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8다231536 판결). 다수의 사기업은 경영성과급은 단순한 경영실적의 배분에 해당할 뿐,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기 어렵고,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사기업에 확장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그런데 이번 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 취지가 사기업에도 당연히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회사 전체의 집단적 성과를 기초로 지급되는 급여 역시, 개별 근로자의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임금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백히 선언한 것이다. 사기업에서 지급되는 경영성과급이나, 공공기관에서 지급되는 경영평가성과급이나 모두 기업 전체의 집단적 성과 평과를 토대로 지급되는 급여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를 수 없다. 사기업의 경영실적 역시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의 결과가 집대성된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며,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성을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사기업의 임금성을 인정한 대상판결은 타당하며,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향후 다른 사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 역시 퇴직금 혹은 퇴직연금(DC형) 부담금과 관련해 경영성과급을 반영해 책정한 정당한 임금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검토해 봐야 한다.

나. 경영성과급 지급기준 변경의 적법성 인정은 아쉬워

한편 대상 판결이 경영성과급의 지급기준이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것을 부인한 점에 대해서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취업규칙이란 명칭을 불문하고, 근로조건 내지는 복무규율에 관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준칙을 의미한다.(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누15698 판결). 경영성과급은 결국 임금의 일종이고 임금이란 근로조건의 핵심인 바, 경영성과급의 지급 조건·지급 대상·지급비율을 규율하고 있는 ‘경영성과 지급기준’이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이 당해 연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서 시적 적용범위를 정했다는 이유로 취업규칙의 성격을 부인한 판시는 ① 이 사건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이 동일한 내용으로 지속적으로 유지된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오인이 존재하며 ② 법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에도 단순히 시적 적용범위를 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규칙의 성질을 부인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큰 의문이 제기된다.

나아가 경영성과급 지급 자체에 대해서는 노동관행 성립을 인정하면서도, 지급기준에 관해 노동관행의 성립을 부인한 것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사용자가 지급한 경영성과급이 노동관행에 근거해 지급한 임금이라면, 경영성과급 지급기준 변경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상 규율이 적용돼야 할 것이다. 당해 사업장의 사실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더라도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는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을 상당기간 동일한 내용으로 유지해 왔는 바, 이에 관해 노동관행 성립을 부인한 지점 역시 법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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