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훈 공공운수노조 세종시누리콜지회장이 1일 세종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3일째 단식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지역본부>
강태훈 공공운수노조 세종시누리콜지회장이 1일 세종시청 앞 천막농성장에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3일째 단식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세종충남지역본부>

세종시 장애인콜택시 ‘누리콜’ 운전 노동자가 세종시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지 13일이 지났다. 이달 30일이면 누리콜 운전원으로 일하던 22명 중 11명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최근 누리콜을 위탁운영하게 된 세종도시교통공사가 내건 공개채용 지원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해서다. 강태훈(56) 공공운수노조 세종시누리콜지회장은 지난달 20일 곡기를 끊었다. 현재 물과 효소, 소금에 의지해 세종시청 앞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노동자들이 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승계를 촉구했다. 몸상태가 좋지 않아 회견장을 찾지 못한 강 지회장은 “너무나도 당연한 고용승계를 세종시와 세종교통공사가 갖은 핑계와 이유를 대며 거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영화는커녕 기존 노동자 절반은 지원도 못해”

지회와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등이 참여한 세종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및 공공성 강화 시민대책위원회는 세종시가 누리콜을 직접운영할 것과 공영화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를 고용승계하라고 오랫동안 요구해 왔다. 2017년 세종시가 진행한 연구용역 ‘2차 세종특별자치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도 “세종시의 이동지원센터 운영방식은 공공기관에 위탁해 운영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 세종시는 지난해 누리콜을 공영화하는 대신 민간위탁을 결정했다. 세종시 민간위탁 사무 운영위원회의 결정이었다. 이후 ‘세종시 특별교통수단 운영 수탁자 공개모집’을 거쳐 지난 3월 세종도시교통공사를 누리콜 운영 수탁자로 확정했다. 완전한 공영화는 아니지만, 공영화하는 과정으로 노동계는 기대했다.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무너졌다.

세종교통공사가 지난달 14일 기존 운전원 22명 중 11명이 지원 불가능한 자격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세종시 관내 택시 운전 경력 또는 장애인콜택시 운전 경력을 합해 3년 이상인 자”란 조건을 달았는데, 2년8개월 일한 강 지회장을 포함해 11명은 응시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강 지회장은 “누리콜 운전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으면 된다는 자격기준으로 합의됐다고 생각하고 공개채용을 받아들였는데, 사기당하고 농락당했다”고 했다. 그는 “세종시는 우리가 다 합의해 놓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며 “저부터 당장 지원할 수 없는데, 이런 자격조건을 수용했을 리가 있느냐”고 억울해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택시업계 상황이 안 좋아 채용자격을 택시운전자격증 소지자로 하면 (기존 운전원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우대조건을 마련해 달라고 해서 주민등록상 거주지 제한, 3년차 택시 운전 경력 등을 조건을 제안했다”며 “대책위도 동의했고, 세종교통공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채용공고를 올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지 남긴 노동부, 고용승계 거부하는 세종시”

지회는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수탁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유지 노력 및 고용을 승계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세종시와 공사는 “공공부문에 위탁하는 경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 취지상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 적용 제외한다”고 적힌 문구를 근거로 고용승계를 거부했다.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용승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지난달 문의에 노동부는 “세종시 ‘누리콜’ 사업은 민간위탁 사무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라며 “세종시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도록 지도·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가이드라인 내용과 관련해 개별 법령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에는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며 여지를 남겼다. 세종시 요구 없이 직접 지도·관리를 할 수 없다고 전했다.

노동부의 모호한 태도에 세종시는 “지방공기업법 63조에 따르면 채용의 원칙은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법령에 저촉돼 가이드라인 적용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지원이 불가하게 된) 11명의 채용에 관해서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누리콜 운전원 채용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응시인원 23명 중 서류전형에서 14명이 합격했고, 6월8일 면접시험이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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