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이미 결과를 아는 상태에서 지난 일을 평가하는 것은 그 당시에는 불확실했을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에 처했던 조건을 고려해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렇게 돌아보는 목적은 향후에 같은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인데, 단지 책임 회피 수단으로 쓰이는 일이 많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없어졌다면서 근로장려세제 등의 방식이 더 적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보상제 소급적용이나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문제에서 보여준 정부의 방식을 볼 때,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에 제대로 추진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워낙 빠르게 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4년이나 지나 버려서 기억이 희미해졌겠지만, 당시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대한 사회적 열망은 누적돼 있던 사회의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의지의 결집체였다. 비록 압도적 표차로 집권한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진짜 실책은 최저임금 제도 전반을 어떻게 정비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없었던 것이다. 통상임금·산입범위·주휴수당, 그리고 영세 자영업자 문제까지. 함께 정리해야 하는 논의가 산적해 있었다. 이러니 동력을 상실하는 게 당연하다. 산입범위 개편 당시, 통상임금 법제화 등 여당이 말한 보완조치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최저임금은 이제 피하고 싶은 무언가가 됐다.

이런 비판은 노동운동도 피해 가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은 사회경제적 대개혁의 한 축이었다. 중장년층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까다로운 현실에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임대료나 가맹수수료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풀어야만 한다. “함께 살자, 을들의 연대”를 이야기해 왔지만, 최저임금만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던 것이 2018년 초까지의 상황이었다. 전선이 전반적으로 전진한 것이 아니라, 한 점만 우선적으로 돌파된 상황이라면 오히려 고립될 수 있음을 생각하고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전체적인 개혁을 진전시키기 위한 고민하기보다 이전의 전략을 답습하면서 홀로 고립된 것이 이후 전개된 양상이다. 그러한 분기점이 2018년 3월이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듭짓지 못하면서 노동계가 주도권을 상실하고, 운동이 고립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국회로 넘어가 말 그대로 손 놓고 당했고, 가장 유리한 회의장 구도를 걷어찼고 역대 최저 정족수로 최저임금이 의결되면서 결정구조에도 큰 흠결을 남겼다.

당연히 지난 일을 자책만 할 수 없다. 우선 최저임금 1만원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한다는 인식을 깨지 않고 어떤 이야기도 전달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와의 인상률 비교도 지양하자. 심화하는 저성장과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상황을 이전 정부와 비교할 수 없다. 오히려 부각해야 할 것은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버블, 식료품 물가의 상승, 경기회복 국면이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확산하는 저임금 노동에 대한 사회적 연대를 어떻게 강화할지에 집중해야 한다.

초단시간 노동의 최저임금 차별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초단시간 노동자는 100만명이 넘나든다. 주휴수당 기본급화, 초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전면적용, 하물며 최저임금을 초단시간에 할증하는 조치까지, 어떠한 방법이든 중장기적으로 노동의 파편화를 막고 보다 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는 사용자측의 규모별 차등적용 주장에도 대응이 필요하다. 무엇이 합리이고 공정인지 되물어야 한다. 단지 영세하다는 이유로 5명 미만 사업장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오히려 불안정한 노동에 더 높은 비용을 강제해야 합리적이고 진정 공정한 것이다. 계약직이면 정규직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받아야 할 것이고, 프리랜서라면 더 높은 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은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된 후에 적용되는 첫 최저임금이라는 점,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결정되는 최저임금이라는 점에서 향후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임기가 끝나도록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이야기하면서 정부 탓만 할 수는 없다. 최저임금을 비롯해 노동운동부터 코로나19 이후에 변화할 노동시장에 대한 대응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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