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23년째 용접공으로 일하다 파킨슨병에 걸린 케이비오토텍(전 갑을오토텍) 노동자 A씨가 최근 업무상 질병를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금속노조 충남지부 케이비오토텍지회와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의뢰를 생략하고 지난 13일 A씨에 대한 요양승인 결정을 내렸다. 역학조사를 통해 질병의 업무관련성이 상당하다고 볼 만한 과학적 근거가 있으면, 질병판정위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A씨는 1991년 케이비오토텍의 전신인 만도기계 평택·아산공장 시절부터 줄곧 용접작업을 했다. 2018년 특발성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그는, 2019년 초 공단 천안지사에 요양신청서를 접수했다. 파킨슨병은 뇌 신경세포 손상으로 손·팔에 경련이 일고 보행이 어려워지는 질병이다. ‘특발성’ 파킨슨병은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를 의미한다.

김민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용접작업 과정 중 “A씨가 망간·유기용제에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발성 파킨슨병으로 진단됐으나, 정확한 감별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망간에 의한 2차 파킨슨증후군’이 아니라고 쉽게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역학조사 결과 이를 인정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1999년 하반기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서 망간의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0.19~0.24밀리그램임을 고려하면 망간에 지속적으로 노출됐고, 그 수준은 노출기준의 48%(0.24밀리그램) 정도로 높았다”며 “망간에 의한 신경독성은 0.14~0.3밀리그램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999년 이전 망간 노출 수준은 신경독성을 나타내기에 충분히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용접작업 중 눈앞이 잘 보이지 않아 작업을 일시 중단할 만큼 환기가 잘 되지 않았다는 동료의 진술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줬다.

파킨슨병의 경우 잠재기(신경세포 퇴화가 시작돼 임상적 진단되기까지)가 10~20년일 정도로 길어, 노동자가 업무상질병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지회가 1999년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보존하고 있었던 덕에, 당시 작업환경의 유해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2000년 이후에는 망간 노출 수준이 높지 않아 그 이전 자료 존재 여부가 중요한 상황이었다.

노무법인 참터는 “파킨슨병은 평균적으로 약 10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의 긴 잠재기를 거친 뒤 비로소 발생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과거 만도기계 근무자를 비롯해 용접 흄 및 유기용제 노출 업종과 직종에 대한 실태 파악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과거 만도기계 평택·아산공장에서 근무하다, 현재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작업자 중에서도 파킨슨병이 발병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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