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열린 고 서지윤 간호사 추모 조형물 제막식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조형물 옆에서 사진을 남기고 있다. <정기훈 기자>

파란색 카네이션 조형물 밑으로 고 서지윤 간호사의 얼굴과 어머니의 편지가 새겨진 오각기둥이 있다. 조형물의 주변에는 돌 벤치 세 개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동그랗게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파란색 카네이션은 감사·응원·연대를, 돌 벤치 세 개는 간호사의 3교대 근무를 의미한다.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앞에 설치된 고 서지윤 간호사 추모조형물이다.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10일 오후 서울의료원 앞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 추모조형물 제막식을 열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9년 9월 추모비 건립을 약속했지만 추모비는 추모조형물이 됐고 약속은 1년8개월 만에야 지켜졌다.

조형물을 제작한 이원석 조각가는 “처음 병원이 제작을 의뢰했던 공간은 지하 환풍구, 지하 출입구, 소방방재함, 가로등으로 둘러싸인 곳으로 낮에는 숲에 가려지고 밤에는 가로등이 비추지 않아 보이지 않는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은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며 그것이 아픔임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고 영원히 (조형물과 병원은)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서지윤 간호사의 어머니는 “병원이 아직도 구조적으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지윤이가 나올까 걱정”이라며 “앞으로는 지윤이 같은 아이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나머지 바람이다. 폭언과 폭행을 당하면서도 다 그런 거라면서 지내지 말고 자기 목소리를 내 달라”고 호소했다.

김경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의료원분회장은 “직장내 차별과 괴롭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병원에 신고를 해도, 가해자를 위한 징계위원회가 열릴 뿐”이라며 “96년부터 근무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고, 서지윤은 금기어가 됐다”고 주장했다.

서지윤 간호사는 2019년 1월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문도 우리 병원 사람들은 안 왔으면 좋겠어”라는 유서를 남겼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가 구성돼 간호사 사회의 직장내 괴롭힘 문화인 ‘태움’이 병원구조의 원인이라고 결론내렸다.

대책위는 재발방지를 위해 병원의 사과와 경영자·간호 관리자 징계, 인력충원을 핵심으로 하는 34개 권고안을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에 내놓았다. 하지만 김민기 당시 서울의료원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이후 임명된 송관영 병원장은 유가족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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