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라이더 노동자라 불리는 음식배달 종사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경기도 플랫폼노동 사회적 대화 협약식이 지난달 29일 열렸다. 지난해 10월 경기도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으로 시작돼 6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노사정 대화 형식을 통해 만들어진 이 협약에는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지회, 라이더유니온 등 3개의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기업체는 주문앱 플랫폼 기업인 우아한청년들·요기요·쿠팡이츠·배달특급이 참여했고, 배달앱 플랫폼으로는 생각대로·바로고·메쉬코리아·스파이더크래프트가 들어왔다. 스타트업기업의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함께했다.

협약 내용은 전체 4장과 17항으로 이뤄져 있다. 공정한 배달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내용에는 표준계약서 도입, 법률상담, 배달종사자 및 배달산업 현황에 대한 진단이 포함돼 있다. 배달종사자의 사고예방을 위해 노동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배달사고에 대한 실태를 진단하기로 했다. 이동노동자 간이쉼터를 조성하고, 배달종사자 재해에 대한 보험제도 도입에 노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협약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실무기구를 운영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이 협약에 바로 뒤이어 경기도에 주소를 두거나 경기도에서 주로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2천명의 배달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발표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이미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거나 가입 예정인 배달노동자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당사자가 내는 보험료의 90%를 1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기도의 플랫폼노동 사회적 대화는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다. 지난해 4월 ‘플랫폼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이 만들어진 바 있다. 이 포럼은 노사정 대화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들과 노동조합 간의 대화로 전문가·교수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같은해 10월 1기 사회적포럼 결과로 ‘플랫폼 경제 활성화 및 종사자 권익보호에 관한 협약’ 합의가 이뤄졌다. 노사 간 자율협약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 협약은 전체 6개 장, 33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자율규범에 관한 2장은 ‘공정한 계약의 체결, 합리적이고 투명한 업무 조건, 효과적인 업무수행, 안전과 보건, 학습과 발전’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뒤이어 국토교통부에서도 ‘이륜차 배송 및 대리운전 표준계약서 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퀵서비스·배달·대리운전 등 업계와 서비스연맹·퀵서비스노조·대리운전노조·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 등 노동계가 이 협약에 함께했다. 이 협약을 통해 도입한 표준계약서는 ‘퀵서비스 배송 위·수탁 표준계약서’ ‘배달대행 위·수탁 표준계약서’ 그리고 ‘대리운전 분야 표준계약서’다.

특이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현상은 플랫폼노동에 대한 경기도의 노사정 대화와 민간의 사회적 대화 포럼 모두 협약 내용에 정부 차원의 제도개선과 현실에 맞는 법률 제정 요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현행 법과 제도가 플랫폼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판례 역시 노동자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사용종속성에 두고 있다.

대법원은 배달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오토바이로 음식배달을 한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산재보험을 신청했지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보험을 적용받지 못했다. 특수고용노동의 경우 사용종속성에 한정되지 않고, 경제적 종속성과 사회적 종속성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노동자성 적용범위를 넓혀 노동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고용형태 변화를 노동시장 체제의 전반적 변화로 이해하지 못해 특수고용노동의 형태를 사례별로 인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플랫폼노동에 대한 사회적 대화 포럼이나 경기도의 노사정 대화는 새로운 노동체제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뤄지기까지 과도적 단계에서 해당 주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 노사정 대화를 통해 만들어진 협약은 행정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 비록 그 내용이 완벽하지 못하다 할지라도 법과 제도가 노동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체적인 노력이 빛을 본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또 하나의 모범 사례가 생긴 셈이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