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 평가지표에 산업재해 관련 벌점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5일 ‘보건복지포럼’에서 이주노동자 노동권 등 기본권 개선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김기태 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의 노동 여건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이주노동자 노동권 제고를 위해 현행 고용허가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구원이 고용허가제(E9)·방문취업(H2)·재외동포(F4) 비자로 입국한 노동자 1천4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0명(2.8%)이 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부당해고를 경험한 이들도 4.7%였다. 여성 이주노동자 447명 가운데 성희롱·성폭행 피해자는 2.3%를 차지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부당해고, 폭행, 성희롱·성폭행을 경험한 비율은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보다 높았다”며 “전반적으로 임금·노동시간 등에서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 여성이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 폭행 및 성희롱 등에도 매우 취약한 상태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 1년 사이 작업 중 다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이주노동자 5명 가운데 1명꼴(19.8%)이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문제는 1990년대부터 지속돼 왔고, 극단적인 폭행과 인권유린도 적지 않은 규모로 지속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 지도·점검을 강화하고 현행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배정 과정에서 적용되는 점수제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싶은 사업장은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받고 고용 가능 여부를 통보받는다. 사업주가 노동자를 성폭행·폭언·폭행한 이력이 있으면 감점된다. 하지만 이 조항에는 산재 발생에 따른 벌점은 없다.

김 부연구위원은 “산재에 대한 벌점을 강화하면 이주노동자가 위험한 사업장에 취업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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