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CJB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원회를 포함한 6개 언론·시민·사회 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 현장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다음달부터 K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오월의 청춘> 제작사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근로계약을 스태프에게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스태프의 실질적 사용자인 KBS가 표준근로계약 도입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기영)·CJB청주방송 고 이재학PD 대책위원회를 포함한 6개 단체는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주장했다. 지부는 <오월의 청춘> 현장 스태프의 업무위탁계약서와 부속합의서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스태프의 촬영시간은 주당 68시간이다. 하루 근무시간은 휴게시간 2시간을 포함해 16시간에 이른다. 2018년부터 방송업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한 주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는 계약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이 드라마의 스태프들은 이동시간도 근무시간에 포함할 수 없다. “지역 촬영 일정이 있는 날에는 하루 전날 숙박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숙박비 보상에 대한 언급도 없다.

윤지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제작사들은 근로기준법을 피하려고 업무위탁계약서를 쓰지만 종속적 지위에서 제작사에 노무를 제공하는 스태프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것이 맞다”며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결과와 법원 판례를 고려하면 영화 촬영 현장과 외주제작 드라마 현장의 스태프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돼 왔고, 따라서 이들이 쓴 업무위탁계약서의 규정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제작사인 이야기사냥꾼이 제작했지만 스태프들의 실질적 사용자는 KBS로 지목된다. KBS가 펴낸 ‘2020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도 “KBS제작자는 KBS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외주 제작사와 제작요원을 관리·감독하는 책임을 진다”고 나와 있다. 노동계는 드라마 제작 현장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표준근로계약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2019년부터 지상파 방송 3사와 언론노조·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해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에 관해 논의하고 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언론계 관계자에 따르면 SBS는 협의체 출범 초기부터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고, 최근 MBC도 불참을 선언했다. 회의는 4개월째 멈춘 상태다.

김기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공영방송인 KBS도 외주제작을 통해 드라마 스태프를 극한의 노동조건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방송사·제작사는 표준근로계약을 도입해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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